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먹을지 선택할 때 최소 칼로리로 배를 채워줄 음식을 찾는다. 그 음식이 운동과 업무에 도움이 되기를, 쉽게 들고 다닐 수 있기를, 먹기 위해 자리에 앉을 필요가 없기를 바란다. 또한 몸에 ‘나쁜 것’이 들어 있지 않길 바란다. (360쪽)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지 않는다. 아침 한 끼는 커피로 때우고 빵을 먹을 먹거나 더 간편한 음식을 찾는다. 그러니 요리를 하는 경우도 매우 적다. 언제부터였을까.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다. 패스트푸드와 배달음식이 편리하지만 자주 이용하지 않으니까. 과식을 부추기는 광고나 동영상의 유혹에 빠지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직은 제철 요리를 즐기고 간식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과연 나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건강검진의 결과를 보면 위태한 경계 수준이다.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고 그것을 위해 운동이 가장 필수적이라 여긴다.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과도한 칼로리를 섭취하면서도 단백질 부족으로 인한 영양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다른 한편에서는 비만이 늘고 있다. 그렇다고 음식이 아니라 단백질 바를 먹는 건 동의하고 싶지 않다.

월스트리트 저널 칼럼니스트 비 윌슨의 『식사에 대한 생각』은 우리의 식사에 대해 말한다. 총 9장으로 구성하여 식사를 말한다. 다방면으로 취재를 하고 세계 각국의 식사 형태와 음식에 대한 생각을 들려준다.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먹는지, 어디서 먹는지, 무엇으로 먹는지, 누구와 먹는지. 먹거리가 풍성한데 여전히 음식이 없어 힘들어하는 이들, 전통 요리가 사라지는 안타까움, 소비자를 유혹하는 광고, 비만으로 인한 제2형 당뇨병, 정크푸드를 규제하지 않는 정부. 바쁜 현대인에게 식사는 어떤 의미일까. 책은 식사에 관한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한 편의 보고서라고 할까.

단지 한 끼를 먹는 일에 어떤 의미가 담겼을까 싶지만 책에서 식사에 대한 역사와 음식과 건강과의 관계, 산업의 발달이 식사에 미치는 영향, 다이어트까지 다방면의 연구자를 만나 그들의 연구를 공유한다. 지금 우리는 원하는 모든 것을 쉽게 구하고 먹을 수 있다. 편의점에서 간편식을 구매할 수 있고 대형마트에서는 세계 곳곳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요리를 하는 일은 점점 멀어진다. 내가 하는 대신 방송을 통해 대리만족을 할 수 있고 그들의 레시피로 언제든 요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요즘엔 잘 손질된 재료와 요리방법까지 배송받을 수 있는 시대니까.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배달음식은 도착하는 일이 언제부터 일상이 되었을까. 시스템과 식품 산업의 발전, 빅데이터로 내가 먹고 싶은 게 무언인지 알려주는 세상이라니.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의 한국의 김치, 길거리 음식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채소를 먹지 않는 현대인과 다르게 여전히 김치 섭취를 통해 채소를 먹는 한국인의 모습이나 한국의 먹방 열풍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놀라웠다.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가장 중요한 시간이지만 현대인은 그 한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기 못하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과중한 업무 때문에 간편한 음식을 선택하거나 먹는 일이 아닌 다른 것을 선택한다. 환자를 돌보기 위해 점심시간을 줄이는 간호사나 야간 근무를 하는 소방관이 초콜릿이나 설탕 가득한 비스킷을 먹는 일상. 책 속의 사례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택배 업무를 하는 이들과 자영업자가 식사 시간을 챙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스낵이 어떻게 일상을 지배하는지도 놀라웠다. 엄마의 입장에서 집에서 요리한 균형 잡힌 음식보다 영양이 훨씬 적다는 걸 알면서도 스낵을 소비한다. 아이의 감정 상태를 관리하는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뜨끔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병원의 대기실에 비치된 사탕을 떠올릴 수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아이가 원하는 다른 것들(신발, 의류, 놀이공원 등)을 해 줄 수 없지만 스낵은 사줄 수 있다. 과거보다 더 풍성한 요리가 가득한데 정작 우리가 먹고 선택하는 음식은 한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식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시대가 된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건강을 위해 비건이 되고 저탄수화물 식단을 고집하고 유기농 식품만 먹고 가공식품은 먹지 않는 섭식 행위인 클린 이팅이 유행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연예인의 식단 관리나 유명 셰프의 추천 요리는 음식에 대한 고민과 선택을 줄여준다. 이런 현대인에게 저자는 현명하고 건강한 식사를 위한 13가지 전략을 소개하는데 그 가운데 새로운 음식을 오래된 접시에 담아 먹자, 물이 아닌 것을 ‘물’처럼 마시지 말자, 간식보다는 식사에 집중하자, 음식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자,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요리하는 법을 배우자, 유행에 뒤처진 입맛을 갖자,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알자를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오래된 접시에 담아 먹자란 의도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그릇의 크기가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이다. 인스턴트 음식과 배달 음식도 그릇에 담아 먹으면 느낌이 다르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유행에 뒤처진 입맛을 갖자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우선 유행하는 음식은 가격도 비싸고 나만의 입맛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니까.

언제나 요리는 해야 하는 다른 일들과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 사이의 거래였다. 오늘날만큼 이 거래가 복잡했던 적은 없었지만, 현재 이 우리의 상황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요리를 하는 것과 달리, 시간과 주의를 기울일 일이 넘쳐나는 가운데 요리를 하기로 선택하는 것은 훨씬 더 긍정적인 행동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든 다른 살을 위해서든, 요리는 매일 하는 다짐과 사랑의 표현이다. (417~418쪽)

​이 책은 평범한 우리의 식사에 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인류와 음식에 대한 연구라 할 수 있다. 우리 일상과 밀접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라 재미있는 부분도 많지만 다양한 통계과 수치의 등장으로 어렵게 다가온다. 그러니 끌리는 주제를 골라 읽어도 괜찮다. 잘 알려진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와 함께 읽는다면 음식에 대한 생각이 더욱 달라질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한 번 더 고민하고 그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음을 얻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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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3-10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하는 다짐과 사랑의 표현, 요리.
그렇군요 소홀히 했던 거 같아요 전. 반성요^^ 정성껏 준비한 집밥에 고단한 몸이 스르르 녹는 기분. 그건 기분이 아니라 진짜 몸에서 반응하는 건데 말이죠. 자신에게도 그렇게 식사를 차려줘야겠어요. 비오는 날입니다 자목련 님.

자목련 2020-03-12 21:33   좋아요 0 | URL
책에서 배달음식이나 간편요리도 일회용 용기가 아닌 그릇에 옮겨 먹으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도 반성을 불러와요. 먹은 일에 대해서 잊고 있던 감정들을 생각하게 하고요. 코로나 19를 빨리 이겨내고 봄날을 만끽하는 날들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