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예배를 드리러 나가는 아침에는 눈이 그치는 것처럼 보였다. 바람은 차가웠고 장갑을 끼지 않은 손이 시려웠다. 소파에 가지런히 놓고 온 장갑 생각이 간절했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더 많이 추웠다. 그래도 눈이 더 내릴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창밖으로 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마치 눈을 잊은 이들에게 자신을 잊지 말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침대에 눕기 전에 창을 열어보니 온통 하얀 세상이었다. 그리고 아침에도 마찬가지였다. 밤 사이 눈은 더욱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고 다가오는 봄을 주춤하게 만든다고 할까. 그래도 이번 눈에는 봄눈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
아주 오랜만에 눈을 담았다. 모든 사물 위에 눈이 내렸다. 운동기구에도 눈이 내려앉았고 자동차 위에도 눈이 내렸다. 잠시 눈의 세상이 되었고 그 뒤에 모두 숨은 것만 같다. 이상하게도 눈이 내린 풍경이 든든하다. 든든하다니, 뭐가 든든하다는 말인가 싶겠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 곧 사라질 눈을 바라본다는 일이 나쁘지 않다. 사라졌다고 해서 눈이 내렸던 날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