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음, 이재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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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장난처럼 말한다. “사랑은 돌아오는 거라고” 드라마 속 대사를 인용해서 말이다. 지난 사랑에 대한 아쉬움, 사랑의 고백도 하지 못한 채 헤어진 이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그런데 정말 타이밍을 놓쳐서 서로 어긋났던 이들이 다시 만난다면 그들은 서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 운명의 상대라 믿었던 남자가 절친의 남자친구로 내 앞에서 서는 조지 실버의 『12월의 어느 날』속 운명의 장난 같은 경우라면 어찌해야 할까. 이미 친구에게 운명의 남자에 대해 다 말해버렸는데, 그 남자가 바로 네 연인이라고 용기를 낼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소설 속 로리와 세라는 서로의 전부를 다 아는 그런 친구다. 잡지사에서 경력을 쌓고 싶은 로리, 방송국에서 일을 하고 싶은 세라는 모든 걸 함께 공유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솔메이트다. 로리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버스 정류장에 잠깐 눈이 마주친 남자를 세라와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이름도 모르는 남자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1년이 지난 시간 세라가 소개한 남자로 등장한다. 세라는 잭을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잠깐 둘 사이에 벌어질 일을, 막장 드라마급으로 상상한다. 로리가 세라를 배신하고 잭을 만나는 걸까, 아니면 로리를 알아본 잭이 양다리를 걸치기로 한 걸까.

 

소설은 로리와 잭이 교차로 자신의 마음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사소하고도 긴밀한 감정에 대해 묘사한다. 20대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곡선들,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면서도 실수로 여기고 친구의 사랑을 응원하는 로리가 대견하면서도 안타깝다. 그러면서도 로리, 세라, 잭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우정을 쌓는다. 거기다 로리가 태국 여행에서 만난 오스카까지. 더블데이트를 하면서 좋은 관계를 맺는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인생은 이렇게 쉽게 흘러가지 않는 법. 잭의 교통사고로 인해 세라의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이별의 징조라고 해야 할까. 시련이 있을 때 사랑은 더욱 단단해지는 법이라고 누군가 말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잭과 세라는 서로를 인정하고 헤어진다. 그럼 이제 로리와 잭은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로리는 적극적인 오스카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로리의 마음 한구석엔 여전히 잭에 대한 마음이 가득하다.

 

운명은 언제나 불시에 도착한다. 세라가 로리의 그 남자가 잭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결혼식에서 불참한다. 그 사실을 모르고 잭은 세라 대신 축사를 맞는다. 아, 이 소설 어쩌자는 걸까. 오스카와 로리의 행복한 결혼생활로 끝을 내는 걸까. 현실은 이상과 달라서 둘의 결혼생활도 만만치 않다. 오스카는 로리의 일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희생하기를 바란다.

 

사랑은 정말 돌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서로가 간절히 상대를 원하면 말이다. 그런 점에서 로리가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잡지에 투고한 고민 글에 대한 답은 선견지명이라 하면 맞을까. 누군가 로리처럼 지난 사랑에 미련이 남는다면 용기를 내 보는 건 어떨까. 그 사랑과 다시 마주한다면 말이다.

 

“인생에는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개 돼 있다. 너무 오래 슬픔에 잠겨 있으면 진이 빠진다. 살다 보면 언젠가, 지난날을 돌아볼 때, 내가 그때 그 사람의 정확히 무엇을 사랑한 건지 기억나지 않을 날이 올 거라고 했어.”

 

“하지만 이런 말도 했어. 드물지만 가끔은 떠났던 사람이 다시 내 인생에 돌아오기도 한다고. 그리고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때는 영원히 그 사람 곁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고.” (228~229쪽)

 

소설은 모두가 바라는 결말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을 통해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묻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바라는 해피엔딩의 로맨스 말이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로리와 세라의 우정과 일을 통해 20대에서 30대로 성장하는 여성을 보여주는 점에서는 성장소설이라 해도 무방하다. 2008년에서 2017년까지 10년의 시간 동안 로리의 새해의 각오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현재를 점검하고 소망을 기록하는 일, 누구라도 로리의 다짐을 응원할 것이다. 달콤한 로맨스와 함께 어른으로 성장하는 로리의 모습은 정겹고 따뜻하다.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소설이다. 이 겨울 차갑고 쓸쓸한 밤을 밝혀줄 로맨스를 찾는다면 완벽한 소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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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04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이 되고 보니, 연말 느낌이 많이 들어요.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 같고요.
자목련님, 따뜻한 저녁시간 되세요.^^

자목련 2019-12-05 09:50   좋아요 1 | URL
네, 눈도 내리고 올해의 마지막을 달리는구나 싶어요. 서니데이 님도 마무리 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