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에 석양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사진은 베란다 창문을 닫다가 마주한 풍경이다. 오랜만에 담은 해 질 무렵이다. 창틀에 기대어 한참을 바라보았다. 몇 시간 뒤면 다가올 순간인데도 멀고 먼 순간일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온다. 아침에는 가는 빗줄기가 내려 서늘하더니 한낮인 지금은 덥다. 가을이 이렇게 더워도 되는 거냐고 따지고 싶을 정도다.
10월이 되었고 예상할 수 없었던 문제가 생겼다. 문제란, 그렇게 다가오는 것이다. 예상했던 범위를 벗어나 발생한다. 나쁜 일은 아니지만 좋은 일도 아니다. 어떤 과정을 지나야 하고 해결될 일이다. 그저께는 베란다에서 버려야 할 화분을 정리하고 오래된 기름때와 이별했다. 이별은 힘들었다. 팔 근육을 써야 했고 시원하지도 않았다. 미루지 말아야 할 일이 집안일인데.
알면서도 알고 있다는 이유로 미루는 일들이 많다. 모두가 사소하고 소소한 것들이다. 그것들이 쌓이면 거대한 산을 이루고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때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삶이란 이런 조각들이 모이고 엮이는 것이라는 걸 새삼 확인한다.
10월에는 무언가에 집중하고 싶다. 집중하는 순간에 세상은 그것과 나로 채워진다. 그것과 나를 제외한 세상을 향한 시선은 잠시 거두고 나를 더 오래 바라볼 수 있기를. 책과 마주하는 순간에도 그러하기를. 김혜진의 신간 『9번의 일』과 대상과 수상작 모두 여성작가라는 반갑고도 신기한 『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냥 독자의 마음이 그렇다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