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형의 소설집『작은마음동호회』속 단편은 이전에 만났던 수상작품이나 테마소설집에서 만난 윤이형의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다르다는 건 윤이형의 소설이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나 혼자의 착각일 수도 있다. 『작은마음동호회』에는 모두 11편의 이야기가 있다. 제법 긴 중편부터 아주 짧은 단편도 있다. 소설집 전체의 분위기를 말한다면 ‘마음’과 ‘이해’라고 할까. 표제작 「작은마음동호회」가 그런 마음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소심하고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천천히 펴지고 움직이는 과정을 읽노라면 언젠가 우리를 채웠던 그 마음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작은마음동호회」에서는 촛불집회 속 수많은 유모차와 엄마들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아이를 키우고 육아에 전념하느라 사회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사람들처럼 보이는 결혼한 친구를 보면서 오해를 하는 친구. 기혼 여성과 비혼 여성의 겪는 저마다의 고충을 생각하고 사회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소설 속 ‘작은마음동호회’란 모임은 현실 속에서 수많은 다른 모임의 모습은 아닐까. 고민하고 애쓰는 마음들 말이다.

서로의 마음을 섣불리 안다고 말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이해받기를 원하고 알아주기를 바란다. 먼저 다가가는 일은 왜 이리 힘든 것일까. 「승혜와 미오」에 등장하는 레즈비언 커플 승혜와 미오의 마음도 그랬다. 함께 살면서 아이를 갖는 일에 대한 다른 입장, 자신의 입장을 강요할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소설에서 미오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고기를 좋아하는 승혜도 점차 고기를 멀리한다. 연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것과 그 취향에 따르는 건 같은 것일까?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꾸 마음을 숨기는 일은 결국 둘 사이의 균열을 만들 것이다. 승혜와 미오의 마음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가족이나 친구라서 말하지 못하는 마음이 자꾸만 커진다. 아마도 그게 배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마음을 알 것도 같아 나는 자꾸만 속상해지고 승혜에게 미오에게 네 마음을 보여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다른 삶을 선택하는 이의 마음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 받아들인다는 건 오만일지도 모른다. 그저 인정하는 일. 도움을 원하면 도울 수 있다면 손을 잡아주는 일이 가장 중요한지도 모른다. 「마흔셋」에서 화자인 재경의 여동생 재윤은 어느 날 남동생이 되었다. 한순간에 바뀐 건 아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순간 하나씩 앞으로 새롭게 살아야 할 인생을 계획했다. 가족이면서도 철저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왔던 세 모녀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거기다 엄마는 자신의 암 투병 사실을 죽음이 가까운 시기에 딸에게 알린다. 가장 가까운 형제나 가장 친한 친구가 이런 자신의 성체성을 고백한다면 나의 마음은 어떨까. 똑같은 인생을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그럴 수도 없지만 다르다는 걸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일은 여전히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를 통해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노력한다는 건 행동하는 것과는 다르다. 알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노력이 밑바탕이 되어야만 행동할 수 있는 힘이 자라는 게 아닐까. 하나의 문제에 대해 꾸준히 생각하는 일과 알기 위해 공부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일도 노력이다. 성폭력 피해자와 그들과의 연대에 대한 이야기인「피클」은 결국엔 상처와 치유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선우가 받은 퇴사한 후배로부터 온 메일의 내용은 성폭행 피해자인 자신을 도와달라는 것이다. 후배는 화자가 행동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그러나 회사 내에서 소문의 내용은 달랐다. 피해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혼란스러운 건 소설이나 현실에서도 같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거대한 피클 단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 속의 이것들이 우리죠. 혐오와 차별은 어디에나 있어서, 나 혼자 아무리 올곧게 살겠다고 마음먹어도 물들지 않기가 쉽지 않아요. 그걸 잊지 않는 게 중요하죠. (「피클」)

나와는 상관없는 삶이라고 외면할 수 있을까. 그건 어려울 것이다. 드러내지 못하고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이들 가운데 나와 가까운 이가 존재할 수도 있으니까. 윤이형의 이 소설집에는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 있다. 그리고 묻는다. 그 차가움과 날카로움의 일부가 나의 시선은 아닌지 말이다.

윤이형의 변화는 이전의 소설에 만났단 환상과 상상, SF 적 소재에서도 느껴진다. 나의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다. 「의심하는 용 - 하줄라프 1」와「용기사의 자격- 하줄라프1」에서는 용과 인간의 함께 살아가는 도시국가 하줄라프에서 이야기로 현실이 아닌 가자의 현실, 게임 속 세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인간과 용이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 그것에 대한 고민은 ‘수아’란 이름의 로봇이 인간의 차별에 대해 맞서는 「수아」를 통해서도 깊어진다.

그동안 읽었던 윤이형의 소설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변화의 중심에는 여전한 인간에 대한 관찰이 있었다. 고독하고 외로운 인간에 대한 연민과 그들과 연대하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항상 미래에 대한 상상도 놓지 않았다. 중력을 지배하는 세상, 미래로의 시간 여행을 상상하게 만든『큰 늑대 파랑』이나 2058년을 배경으로 ‘과잉기억증후군’에 걸린 한 남자의 이야기 『개인적인 기억』, 그리고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단편집 『러브 레플리카』에서도 로봇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고백하자면 사실 이 소설집에 대한 글이 아닌 『러브 레플리카』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뭐랄까, 좋아하는 소설을 좀 더 깊이 있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러브 레플리카』는 다시 읽고 싶은 소설집의 목록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피아 2019-10-0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자목련 2019-10-04 12:15   좋아요 0 | URL
^^*
투명한 하루 보내기실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