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로 보는 세계사 - 문명.기근.전쟁
야마모토 노리오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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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좋아한다. 은은한 보랏빛의 꽃을 피우는 것도 좋고 캄캄한 땅속에서 열매를 맺고 키우는 일도 대견하다. 어디 그뿐인가. 감자는 맛도 훌륭하다. 감자와 당근과 양파만 넣어도 맛있는 카레를 만들 수 있다. 사실 나는 감자튀김과 찐 감자도 잘 먹는다. 그런데 한 단 번도 감자가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즐겨 먹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의 근원에 대해서 그러했듯이 말이다. 감자에는 솔라닌이라는 독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정도만 기억할 뿐이다. 감자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다면 감자를 더욱 소중하게 다룰 것 같다.

​야마모토 노리오의 『감자로 보는 세계사』는 제목 그대로 감자와 함께 살아온 인류에 대한 이야기할 할 수 있다. 책에 의하면 감자는 역사학자나 고고학자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인류의 생존은 곡류를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여긴 것이다. 감자를 먹기 시작한 곳은 어디일까? 가짓과 가지 속 식물인 감자(사실 처음 알았다)는 안데스산맥이 고향이라고 한다. 중앙 안데스 고지가 감자가 탄생할 수 있는 환경 조건(비가 자주 오는 우기와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건기)이 충분했다. 하지만 감자에 독이 있어 먹을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널어놓고 수일간 방치한 감자를 짓이겨 수분이 나오지 않을 정도가 되면 다시 수일간 방치한다. 이 과정에서 독이 없어지는 것이다. 말린 감자 ‘추뇨’는 감자 재배를 통해 먹거리를 만들었다는 증거가 된다.

안데스에서 시작된 감자는 스페인에서 최초 기록으로 등장한다. 이를 통해 유럽에 전해진 건 1565부터 1572년 사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감자에 대한 편견으로 프랑스에서는 하층 계급의 음식이었다. 이 부분에서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기근으로 인해 감자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자 재배 보급을 힘을 썼고 감자밭에 보초를 세워 감자가 귀한 것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감자가 전파되었다. 감자와 전쟁의 조합이 쓸쓸하지만 영국의 대표 음식이 피스 앤드 칩스인 걸 생각하며 감자의 영향력이 대단했음을 인정하게 된다. 아일랜드의 경우도 흥미롭다. 영국의 식민지나 다름없는 상태였기에 보리를 재배했던 소작 농가는 지대를 지불해야 했지만 감자는 아니었다. 그래서 쉽게 감자를 재배할 수 있었고 주식처럼 감자를 먹었다. 아일랜드의 힘든 시절을 감자와 함께 견딘 것이다.

유럽을 지나 감자는 네팔 히말라야의 셰르파의 식생활에 주요 식자재가 되었고 중국, 러시아, 인도는 주요 생산국이다. 에도 시대에 감자가 전래된 일본은 마, 토란 같은 덩이줄기의 식물이 익숙했기에 편견 없이 정착하였다. 일본에서는 감자를 보존하는 특이한 방법을 소개한다. 감자녹말의 생산과 얼린 감자로 보존하는 것이다. 추뇨를 만들 때처럼 감자를 노지에 내놓고 이리저리 뒤집어 얼린다. 언 감자의 껍질을 벗긴 후 흐르는 강물에 2~3일 담근 후 꼬챙이에 꿴다. 충분히 말려서 일주일 정도 물에 담갔다가 언 상태로 3개월 방치 후 자연 건조한다. 시간과 정성이 놀랍다. 그 감자로 만든 요리의 맛은 어떨까.

​감자가 지닌 독과 녹말 성분 외에는 다른 영양소가 없다는 편견에 저자는 밥과 파스타류와 찐 감자의 영양가를 비교할 정도다. 열랑도 충분하고 비타민C와 칼륨도 충분하다는 설명을 더한다. 남겨지는 음식이 많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과거 역사 속 기근은 지구 곳곳에서 마주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니 저자가 감자를 통해 세계 식량 문제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밀, 옥수수 등의 곡물 가격 급등으로 식량 공급에 불안이 커진 지금이야말로 과거의 교훈을 되새겨 식량원으로서 커다란 가능성을 지닌 감자류의 장점을 돌아보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233쪽) ​

​책을 읽으면서 감자의 고단한 여정을 느낀다. 고향인 안데스를 떠나 우리 곁으로 와 줘서 고맙고 이렇게 맛있는 감자를 먹을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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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9-08-04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션에서 마크 와트니도 감자를 심잖아요 한국도 예전에 먹을 게 없을 때 많이 먹지 않았을까 싶어요 한국에는 감자가 언제 들어왔을까요 꽤 오래전일지도 모르겠네요 한국 땅에 맞는 감자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희선

자목련 2019-08-08 10:16   좋아요 1 | URL
네, 영화 생각도 났어요. 토양에 맞게 변화하는 감자, 모든 게 그러하겠지만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