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부터 폭우가 내렸다.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 창문을 닫았다가 열기를 반복했다. 제대로 잠을 잤다고 할 수 없으니 하루가 몽롱하고 기운이 없다. 예상했던 장맛비는 예상대로 흠뻑 내렸다. 아니, 흠뻑이 아니라 쏟아부었다. 입맛도 살짝 사라졌는지 도통 떠오르는 음식이 없다. 식은 카레의 노란색은 더 이상 빛나지 않고 냉커피만 연식 마신다. 일기예보가 맞는다면 내일이나 모레까지 비는 계속 내릴 것이다. 나의 몽롱함도 그때까지 지속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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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의 꽃이 피기 시작했다. 언제 어느 가지에서 먼저 꽃이 시작되었는지 몰랐는데 사진으로 보니 오른쪽부터 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빨리 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긴 자귀나무의 화려한 꽃은 한참 전에 사라졌으니 배롱나무의 꽃이 눈에 들어오는 게 당연한 걸까. 봄에 만난 친구는 배롱나무꽃이 필 때 다시 만나자 했는데 우리의 만남은 아직 미정이다. 하나의 계절이 꽃으로 연결되고 누군가와의 만남이 꽃 필 무렵으로 이어지는 건 참 낭만적이다. 우리의 현실이 낭만적이지 않기에 그럴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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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실의 지붕이라고 해야 맞을까. 지붕 위에 농구공은 언제 주인과 이별한 걸까. 바람이 빠져서 홀로 외롭게 있는 걸까.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걸까. ​문득 외롭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의지로 구르지 못하는 공이라니. 그러다 화분을 집으로 알고 온전히 그 안에서 성장하고 살아가는 나무를 생각한다. 내가 한 번씩 안녕이라는 말을 건넬 뿐 다정한 말은 들려주지 않고 비정기적으로 물을 주는데도 해마다 꽃을 피우고 잎을 키우고 자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러다 한계를 느끼고 성장을 멈추고 소멸하는 나무도 있다.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을 일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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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는 읽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다. 어디 읽는 일뿐이랴. 날씨와 저질 체력을 핑계로 삼다가 지금 읽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나중에 읽으면 왜 안 되는가, 묻기까지 한다. 나의 물음을 들은 책이 나를 가소롭게 여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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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7-26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월에는 역시 배롱나무죠.

자목련 2019-08-02 15:53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 님의 이런 댓글 좋아요!!
연분홍과 연보라 꽃을 피운 배롱나무를 보는 8월, 건강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