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무민 골짜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8
토베 얀손 지음, 최정근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민 시리즈가 이토록 사랑받은 이유를 정확하게 잘 몰랐다. 그냥 무민이란 캐릭터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무민 연작 시리즈의 마지막을 읽게 되었고 나는 토베 얀손의 따뜻하고 다정한 글에 빠져들었다. 등장하는 캐릭터의 특징에 대해서도 나는 잘 몰랐다. 다만 그들이 모두 무민 가족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는 건 안다. 무민 가족을 중심으로 이어져 우정을 나누는 사이라는 걸 말이다. 마지막이라서 그랬을까. 소설은 조금 쓸쓸하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었고 모두가 무민 골짜기로 향한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머무르는 이와 떠나는 이가 있게 마련이었다. 어떻게 할지는 누구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고 포기할 방법은 없었다. (12)

 

어쩌면 무민 가족은 벌써 떠나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스너프킨은 숲길을 걷는다. 스너프긴을 시작으로 혼잣말을 하는 토프트, 심각한 결병 증세로 청소를 하던 필리용크, 드디어 배를 타고 떠나기로 마음먹은 헤물렌, 뭐든 금세 잊어버려 자신의 이름도 잊어버리는 그럼블 할아버지, 무민 가족에게 입양된 여동생 미이를 보고 싶은 밈블까지 모두가 무민 골짜기에 모여들었다. 그런데 무민 가족은 모두 떠나고 집엔 아무도 없었다.

 

저마다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한 여섯 명의 친구들이 기다리는 무민 가족은 언제 등장하는 것일까? 처음엔 나도 막연하게 그들을 기다렸다. 누군가는 쓸쓸하고 누군가는 외롭고 누군가는 불안하다. 하지만 그랬던 그들이 무민 집에서 사소한 일로 다투며 지내며 조금씩 서로에게 맞춰가는 모습에 미소가 번졌다. 청소와 요리를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필리용크는 무민 마미처럼 생선 요리를 한다. 어디 그뿐인가. 토프트는 헤물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무민 마미를 생각한다.

 

어딘가에 숨어 있는 무민 가족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기란 어렵지 않은 일인지도 몰라. 섬은 지도에 나와 있으니까. 거룻배는 물이 새지 않게 구멍을 막으면 되고. 하지만 왜? 그냥 내버려두자. 무민 가족들도 외따로 떨어져 있고 싶을지도 모르니까.’ (132)

  

 

 

 

혼자였던 시간을 뒤로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 모두가 무민 가족을 그리워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선택을 지지하고 빈 집에서 혼자가 아닌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다. 그럼블 할아버지를 위한 연회를 열고 돌아올 무민 가족을 위해 청소를 한다. 마치 여섯 명은 하나의 가족처럼 토닥거린다.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건 서로의 삶을 나눠 갖는 것은 아닐까. 곁에 없는 누군가를 생각하는 시간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무민 가족이 떠난 집에서 무민 가족을 생각하는 것처럼. 그래서 무민 가족이 등장하지 않는 무민 시리즈지만 그들과 내내 함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무민 시리즈의 마지막이라서 그런 걸까. 여섯 명의 캐릭터가 혼잣말처럼 내뱉는 말들은 모두 깊은 사유를 던진다. 특히 헤물런의 생각을 전하는 이런 글은 가슴에 스며든다. 삶이 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을 천천히 항해해 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서둘러 가고 또 어떤 이들의 배는 뒤집히기도 한다. (40) 그리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혼자이면서도 혼자가 아닌 삶을 말이다.

 

저마다 자신의 삶을 향해 떠나고 혼자 남은 토프트는 무민 가족을 기다린다. 그리고 이제 나도 그의 곁에 가만히 앉아 그들을 기다린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뒷북소녀 2019-05-0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이~ 좋아해요^^♡

자목련 2019-05-09 19:39   좋아요 0 | URL
나는 이 책을 읽고 겨우 무민 캐릭터에 대해 알았는데 이미 ‘미이‘의 팬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