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렸다. 봄눈처럼 내렸다. 가만히 내렸던 눈은 곧 녹았다. 점심때 창밖을 보니 눈은 온데 간 곳 없이 사라진 것이다. 신기했다. 그 눈을 다 녹일 정도로 해가 났다는 말인데, 나는 그걸 모르고 있었다. 작년에 동생과 꽤나 많은 눈이 내릴 거라 예측했던 일이 생각났다. 올겨울은 작년보다 춥지도 않았고 눈도 많이 내리지 않았다. 근처 중·고등학교 졸업식이 모두 끝났다. 졸업을 축하하는 현수막은 곧 입학을 축하하는 내용으로 바뀔 것이다. 조카도 졸업을 했다. 졸업하니 어떠냐고 물었더니 심드렁한 표정이다.


 하나의 과정이 끝나면 뭔가 새로운 게 펼쳐질 것 같았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게 당연한 것이라 여기기도 했다. 그 과정이 반복되기도 하고 새롭지 않은 일상이 이어지는 게 보통의 날인데 그렇지 않기를 바랐던 것 같다. 예전과 다르게 2월은 졸업의 계절이 아니다. 1월에 학사일정을 마치는 학교가 늘고 있다. 고무줄처럼 늘어진 방학으로 아이들과 힘겨루기를 해야 하는 시간을 견디는 누군가는 3월이 오기를 기다린다.


 1월과 2월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겨울의 그림자는 줄어들지 않는다. 때때로 마음은 춥고 외롭다. 겨울을 통과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3월이 되면, 겨울을 잘 통과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겨울을 읽는 소설로 다가오는 『소설 보다 : 겨울 2018』의 연둣빛 고운 표지가 봄을 데리고 온다는 착각을 한다. 소설과 함께 박소란의 시집 『단 하나의 닫힌 문』을 읽고 싶다. 그러면서도 이런 시에 끌린다. 이병률의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에서 마주한 시. 계절이 바뀌어도 누군가의 계절은 온통 봄일지도 모르겠다.  

 


 나무 아래 칼을 묻어서

 동백나무는 저리도 불꽃을 동강동강 쳐내는구나


 겨울 내내 눈을 삼켜서

 벚나무는 저리고 종이눈을 뿌리는구나


 봄에는 전기가 흘러서

 고개만 들어도 화들화들 정신이 없구나


 내 무릎 속에는 의자가 들어 있어

 오지도 않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앉지를 않는구나 (「몇 번째 봄」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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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9-02-16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1월에 졸업식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여전히 2월에 하는 곳도 있네요 1월보다 2월에 더 추운 듯합니다 2월이 와서 봄이 가까이 왔겠지 했는데, 봄이 오면 봄을 느낄 사이도 없이 가 버릴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겨울에는 눈을 별로 못 봐서 아쉽습니다


희선

자목련 2019-02-21 14:43   좋아요 0 | URL
1월에 졸업을 하고 3월에 학교를 가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같아요. 미세먼지로 걱정이지만 그래도 봄을 기대합니다. 희선 님, 좋은 오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