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촛불을 켰다. 향초라서 가까이 가면 갈수록 향이 나를 붙잡는다. 거리를 두고 사진을 찍으려 할 때 보이는 이미지는 실재의 그것이지만 그것이 아니다. 사진에 담기는 순간 새로운 이미지가 생성된다. 가만히 촛불을 바라보는 시각, 고요하고 고요해진다. 차분하다 못해 숨을 죽이게 된다. 이런 밤, 밖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그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책을 읽다가 멈추고 딴 생각에 빠진다. 누군가의 죽음, 누군가의 부재, 나와의 거리는 얼마나 가깝고 멀었을까. 좀 더 다가가지 못한 나를, 어떤 신호를 감지하지 못한 나의 둔함을 자책해도 소용이 없다. 정신을 차리고 알아버렸을 때 모든 건 늦어버렸다. 왜 진즉 알지 못하는 것일까. 생각들이 생각들을 덮치고 쌓였던 생각들이 무너져버린다. 감정들이 그러하듯이.

 멈춘 듯 미세하게 흔들리는 촛불, 그 자리에서 어떤 미동도 없이 제 할 일을 한다. 두려움도 없고 떨림도 없는 듯하다. 조금씩 자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제 할 일을 한다. 세상은 예측할 수없이 빠르게 변하고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뒤처지지만 나는 내 속도로 내 할 일을 하기로 한다.

 

 뜨겁고 달콤했던 커피는 쓰고 차갑게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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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1-19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 이제 많이 좋아지셨나요.
자목련님,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자목련 2019-01-20 16:07   좋아요 1 | URL
네, 감기약과 헤어졌어요. ㅎ
서니데이 님도 건강한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