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곳에는 비가 내렸다. 첫눈은 아직 오지 않았다. 작년 글을 검색하니 19일에 첫눈이 내렸다고 썼다. 첫눈을 기록하는 일, 감상적이라기보다는 그냥 일상의 끄적임이다. 수도권에는 첫눈이 아주 많이 온 것 같다. 그날은 사촌 오빠의 결혼식이 있었고 눈 소식은 멀리서 온 친척들에게서 전해 들었다. 그 뒤에야 서울을 비롯하여 곳곳에 아주 많은 첫눈이 내렸다는 뉴스를 접했다.

 

 첫눈은 내리는 것인데 나는 왜 오지 않았다고 쓰고 있는가. 첫눈이 내게로 오는 것일까. 편지처럼, 당신의 안부처럼 내게로 오는 것이라 생각했나 보다.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곳곳에 내린 첫눈은 다 사라졌고 날씨는 봄을 기다리는 것처럼 포근하기까지 했다. 어제 예배를 드리러 가는 길, 오늘 잠깐 외출을 했을 때에도 그런 생각을 잠깐 했다. 거기다 우리 아파트 주변에는 가을 벚꽃이 피기도 했다. 매년 늦가을에 피는 벚꽃은 볼 때마다 놀란다.

 

 냉장고에는 벌써 김치가 가득하다. 올해는 총각무가 풍년인 듯하다. 총각 무김치를 주신 분들이 많다. 맛있는 김치가 익어가는 날들이다. 덕분에 냉장고 정리를 했다. 정리 아닌 정리다. 오랜 시간 냉장고에서 잠자던 아이들을 처리한 것이다. 미안하게도 먹지 않고 상한 음식들. 사실 책과 마음의 정리가 필요하다. 마음은 언제나 복잡하고 너저분한 생각들로 가득하다. 간단하고 분명하게 정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책들이 모아지니 다른 책들은 뒤로 미뤄진다. 이런 핑계를 대는 마음이라니. 한 손에 잡고 읽기 편한 시리즈, 요즘 출판계는 다이어트 중인가 보다. 부피를 줄이고 가격을 내리고. 아무튼 이런 시리즈, 나쁘지 않다. 어디서나 펼쳐 읽을 수 있고 가방에 넣어도 부담이 적다. 첫눈은 아직 오지 않았고 작은 책들은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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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8-11-27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새는 두꺼운 책보다는 한 손안에 잡히는 분량의 책을 찾게 되더라고요. 작은 책들 이렇게 보니 아담하지 참 예쁘네요.

자목련 2018-11-28 11:31   좋아요 0 | URL
네, 책들이 차지하는 공간도 적고 말씀처럼 아담해서 참 예뻐요. 그래서 더 모으지 않을까 싶은 단점 아닌 단점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