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좋은 일 - 책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
정혜윤 지음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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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문장을 만났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글을 읽는 동안 알 수 없는 향기를 느낀다. 책이란 때때로 가장 좋은 친구이자 가장 좋은 안식처라는 걸 믿는다. 어느 시절에는 그런 문장을 쓰고 싶었고 그런 능력을 갖기를 바랐다. 그러나 지금은 애쓰지 않는다. 욕망을 키우지도 않는다. 읽기를 계속하는 일, 그것을 누군가에게 들려주려는 노력을 놓지 않으려 한다. 어쩌면 『뜻밖의 좋은 일』에서 정혜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나 혼자만의 착각이어도 상관없다. 책은 언제나 좋고 그것을 읽고 말하는 일도 언제나 나쁘지 않으니까. 설령 재미있게 읽지 못했고 어려운 내용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한 권의 책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어떤 책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내용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발견했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겪은 쓰라린 일들을 남들도 겪었을 뿐만 아니라 그 말 못할 가슴 앓이를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게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책은 세계와 내면,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게 우리를 돕는다. 나의 부족한 점을 타인의 진실한 마음에서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의 삶이 누군가의 꿈이란 것을 알게 해준다. (53쪽)

 

 정혜윤의 책을 여러 권 읽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침대와 책』으로 그 설렘을 잊을 수 없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 나는 책으로 피신하던 때였고 책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 시간이 흘렀고 여전히 책을 읽고 정혜윤의 책이 나올 때마다 그 기억을 찾는다. 책과 책으로 이어지는 일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때, 현실에서 살짝 도피하고 싶은 순간, 그 모든 순간을 책으로 말한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 가능한 일일까. 감탄하면서도 놀랍고 부럽다. 책을 사랑한다면 그녀처럼 읽고 써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제대로 된 독자일까, 혼자 자책하다가 다시 나를 다독인다. 이런 책을 읽고 있으니 다행이지 않느냐고.

 

 삶의 본질은 사소한 사건들에서 더 잘 드러나고, 우리 인생의 어떤 순간이 특별한 이유는, 어느 평범한 날이 빛나는 날로 바뀌는 것, 진실한 마음으로 사소하게라도 뭔가를 변화시켜서이다. (138쪽) 

 

 ‘책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은 완벽한 부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차례 움찔거리는 마음과 마주했다. 나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구나, 수많은 누군가의 돌봄으로 나는 살고 있구나, 미처 몰랐던 당신의 수고에 고마움을 이제야 할게 되었구나, 나와 상관없다고 여긴 타인의 삶의 끝이 닿는 곳이 나의 삶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정혜윤이 읽고 들려주는 책이 아니라 그녀를 그 책으로 이끈 누군가의 상처와 고통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이 나의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한다. 언제나 그렇듯 그녀가 곁에 두고 펼치는 책과 나의 책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좁혀진 거리라 하더라도 내가 대충 읽고 넘어간 부분에서 그녀는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나도 언젠가는 그 시선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고 믿기로 했다. 나는 책을 좋아하고 책을 사랑하고 책과의 대화를 이어갈 테니.

 

 살아가는 힘을 얻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말하면서도 책에 대한 책이라 할 수 있으니 한 권의 책만 말할까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를 흔든 문장 세상에는 수많은 파괴가 있지만 누군가는 뭔가를 돌보고 있다는 데서 가치를 느낀다. (298쪽) 을 만나게 한 책. 김한민 작가의 그래픽 노블 『비수기의 전문가들』, 역시나 나는 이 작가를 모르고 이 책도 모른다. 이런 문장로 시작된다고 한다. “사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어디서 뭘 하며 누구와 어떻게 사는 거야? 넌 알겠어? 난 모르겠는데” “넌 알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287쪽) 선뜻 명확한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다. 가장 중요한 질문이지만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책에서 답을 찾으려 했지만 다시 질문인 것이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다 발견한 아름다운 순간과 진심을 잃어버리지 않고 간직하는 일, 그것을 함께 나누려 하는 노력이 순환되기를 바라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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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06-08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글은 아름다운 사람과 닮아 있네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자목련 2018-06-08 12:22   좋아요 1 | URL
북프리쿠키 님, 댓글 감사합니다. 주말, 시원한 향기로 채우세요^^

2018-06-09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0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0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1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2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