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 런던에서 아테네까지, 셰익스피어의 450년 자취를 찾아 클래식 클라우드 1
황광수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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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익스피어의 시대에도 성직자들은 걸핏하면 연극을 공격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많은 연극인들이 기독교적인 시간관에 입각해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연극들의 대단원도 최후의 심판과 흡사하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을 단절시키며 과거로부터 흘러온 삶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돌이켜보게 한다. (262쪽)

 

 우리가 위대한 작가에게 반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아름다운 문장과 놀라운 상상력, 그리고 시대를 반영하는 통찰력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삶은 순환하고 역사는 반복된다. 시대가 변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싸우고 사랑하며 자신의 것을 지키려 한다.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을 것들. 그런 면에서 과거에서 현재를 발견하고 미래를 예측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문학에서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전을 읽는 일이 그러하니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첫 번째인 셰익스피어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나는 셰익스피어에 대해 잘 모른다. 욕심을 내 구매한 그의 작품이 몇 권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그의 작품을 많이 읽지도 않았거니와 그의 희곡을 무대에 올린 연극도 관람한 적이 없다. 그저 잘 알려진 명성 그대로 작품 가운데 희극 정도만 기억할 정도다. 어쩌면 이렇게 모르는 독자이기에 이 책을 통해 셰익스피어를 여행하는 길에 동행하는 게 즐거웠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어떤 면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한 해석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무대가 된 지역을 여행하는 여행서이기도 하다.

 

 책은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퍼드와 그가 활발하게 활동한 런던의 여정, 『햄릿』과 『끝이 다 좋으면 다 좋다』의 무대인 파리에서 중서부 유럽인 빈으로의 여정에 이어 『한여름 밤의 꿈』의 무대인 아테네로 이어진다. 저자의 말대로 끌리는 작품과 지역을 먼저 골라 읽어도 무방하다. 물론 나는 저자의 일정을 고스란히 따라 읽었다. 내게는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스트랫퍼드로 가는 길, 그리고 그의 생가, 그의 아내 앤 해서웨이의 생가에 대한 소개가 흥미로웠다. 셰익스피어가 떠난 지 400년이 되었지만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그를 발견할 수 있다니 근사하지 않은가. 고향으로 돌아와 작성한 유서가 134통이나 되었다는 것도 정말 놀라웠다. 죽음 후까지 계획한 철두철미한 셰익스피어라고 해야 할까.

 

 모든 작품에 대한 해설과 도착하는 지역에 대한 저자의 감상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저자가 얼마나 셰익스피어를 사랑했고 사랑하는지 충분히 전해진다. 셰익스피어의 은유적 표현에 감춰진 다른 은밀한 부분을 통해 작품 속 인물의 갈등과 욕망을 곁들여 설명한다고나 할까. 작품마다 짤막하게 소개하는 대사를 통해 나는 연극의 한 장면을 상상하고 관객이 될 수 있다.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온 건 괴테가 자신의 소설에서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과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과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변신을 비교한 부분이다.

 

 카프카의 ‘변신’이 인간관계의 심리적 그늘을 곤충의 이미지에 응축한 것이라면, 셰익스피어의 ‘변신’은 억압된 욕망을 동물적 이미지로 표출한 것이다. (173쪽)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있는 위대한 거장을 한 권의 책으로 다 만나볼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착각이다. 겨우 이 책을 읽고 셰익스피어에 대해 뭐라 말을 꺼내기도 매우 부족하고 부끄럽다. 때문에 셰익스피어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버거울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 그러니까 이미 훌륭한 독자로 셰익스피어를 잘 아는 이라면 아주 황홀한 여행서가 된다. 책에는 셰익스피어 사극의 특징과 그의 시 세계, 셰익스피어 문학의 특징과 현재적 의미에 대한 글도 수록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그에게는 셰익스피어를 여행하는 이 행복한 여정이 끝나는 게 몹시 아쉬울 것이다.

 

 대중성이 풍부하다’는 말은 일차적으로 당대의 대중적 현실과 일상적 생활 감각이 풍부하게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예술성을 담보하지 못한 대중성은 문학작품을 통속적 수준에 머물게 한다. 대중성과 예술성은 하나가 결핍되면 다른 쪽도 상처를 입게 되는 그런 관계 속에서 작동한다. 셰익스피어가 빚어낸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의 상호작용을 세계문학사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진폭이 크다. 그래서 그의 작품세계는 당시 대중의 환호와 지금 비평가의 탄성이 동시에 터져 나오는 시공간이 된다! (프롤로그 중에서,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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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5-04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불지만 햇볕이 좋은 오후입니다.
바람은 여전히 세게 불고 있어요.
자목련님,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자목련 2018-05-04 17:33   좋아요 1 | URL
어른이지만 어린이날을 즐겁게 보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