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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를 구한 개 - 버림받은 그레이하운드가 나를 구하다
스티븐 D. 울프.리넷 파드와 지음, 이혁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p.36]
한 배에서 평균 7마리가 태어나는 데 그 중 몇 마리에만 문신이 찍히고(생후 3개월이내) 협회에 등록된다.(생후 18개월 이내) 등록되지 못한 개들은 경견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기에 구조되지 않는 한 도살당하고 만다. 등록된 그레이 하운드 중 일부는 번식용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경주견으로 키워진다. 몇 경기만보면 경쟁력이 있는 특별 관리대상의 개들을 가려낼 수 있다. 경쟁력이 없는 개들은 트레일러 안에 설치된 작은 우리에 갇힌 채 경견장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신세가 된다. 그 과정에서 탈수증, 체중감소,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경쟁력이 없는 개들도 아직 버리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선택받은 경주견들 옆에서 같이 뛰어야 할 들러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P.37]
그레이하운드는 인간과 4천년 동안 사람과 함께해왔다고 한다. 그 기간 중 대부분은 경견에 투입돼 다른 개들과 경쟁하거나 하지 않아도 됐었다. 원래는 다양한 지형에서 사슴과 같은 먹잇감을 장거리 추격하기 위해 길러졌다.
[P.41]
카밋이 잘 적응하는 것 같아 기뻤다. 다른 구조된 그레이하운드들에 대한 끔찍한 이야기를 듣고 난 터라 더욱 그랬다. 어떤 그레이하운드들은 바깥 세상의 소음에 전혀 적응하지 못한다고 한다. 처음으로 귀가 들리기 시작한 귀머거리처럼 일상의 소음들조차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그레이하운드들은 평범한 일상도 낯설어한다. 극도로 불안해하며 틈만 나면 어둠 속에 몸을 숨기거나 도망치려 든다. 다른 개들이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함께 장난치며 노는 것에 전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어딘가로 떠나버리는 그레이하운드도 있는데 가장 안타까운 경우이다. 원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일종의 강박관념 때문이다. 그레이하운드는 몇백미터 먼 곳에서도 움직이는 물체를 감지해낼 수 있다. 때문에 멀리서 고양이나 다람쥐를 보면 경견장에서 형성된 추격본능이 즉각 발동하는 것이다. 개줄이나 울타리로 막지 않는 한 그레이하운드는 순식간에 그 물체를 쫓아가 버린다. 그리고 완전히 진이 빠지지 않는 한 멈추지 않는다. 그레이하운드가 더이상 힘도 없어지고 집에 돌아올 줄도 모르기 때문에, 그대로 잃어버리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그레이하운드는 교통에 익숙하지 않아 차나 트럭이 위험하단 사실도 모르고 있다.
인간에 의해 운명이 결정된 '카밋'은 운명적으로 '스티븐 울프'를 만나게 된다.
스티븐 울프는 정상인으로 태어나 점점 척추에서부터의 고통에 직장을 잃고, 가장의 자리를 잃고, 끝내는 혼자 걸을 수 있는 자유마저 잃어간다. 그 와중에도 스티븐 울프가 살아갈 수 있었던것은 돌아온 가족이나, 그나마 걸을 수 있게 해 준 의학이 아닌 자신의 옆에서 묵묵히 같은 속도로 걷고, 같은 시선으로 바라봐준 반려견
'카밋' 이 있었기 때문이다.
[P.82]
아무래도 평범한 개의 행동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더 미스터리한 사실은 서로 말이 안통하는데도 카밋으로부터 어떤 현자의 목소리 같은 걸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카밋이 '괜찮아. 난 다 이해해'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러면 자책감에 빠지게 된다. '너 제 정신이야? 이 개는 생애 대 부분 동안 개우리에 갇혀 있었어. 새로운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 같은 건 없었어. 이 바보 같은 상황은 말할 것도 없어. 그냥 개일 뿐이야. 자꾸 사람처럼 생각하지마. 그건 잔인한 거야. 원래대로 그레이하운드처럼 대하는 거야!'
[P.84]
행복한 모습의 카밋이 곁에 있기에 나 역시 여름을 버틸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P.159]
내 언성이 높아지자 카밋이 일어서서 쓰다듬어 달라고 몸을 뻗었다. 하지만 난 카밋을 외면했다. 카밋을 쓰다듬는 순간 내 분노가 김빠진 콜라가 되고 말것이다. 하지만 카밋이 개입하는 바람에 이미 타격을 입었다. 신, 성조기, 미국의 가치 등을 들먹이며 일장연설을 하려던 내 계획이 무산됐다.
[P.281]
이 멋진 개가 날 선택한 이유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카밋은 경견장에서 엄청난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도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는 그 마음의 깊이를 결코 다 헤아릴 순 없을 것이다. 카밋은 사랑, 우정 그리고 새벽에의 무한한기대감과 같은 영원불멸의 가치들을 일떄워주기 위해 아써왔다. 왜 그토록 오랫동안 날 위해 애써왔는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수수께끼는 이미 오래전에 포기했던 것이다. 카밋이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아주 오래전 카밋은 자신의 슬픔과 우울함은 묻어버렸다. 그리고 외로움과 좌절에 빠진 한 남자를 받아들였다. 난 아직도 그 순간을 기억한다. 그때 얼마나 놀랐었는지. 그리고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던 것을
"카밋이 날 좋아하나 봐요"
몇 안되는 에세이를 읽으면서 가볍게 훌훌 지나가버리던 것과는 다르게 감성적으로 가슴에 와 닿았고, 끝내 눈물마저 흘린 책이었다. 경견장에 대해 처음에 울프씨가 얘기하지 않았다면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울프와 카밋의 훈훈한 이야기로 치부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 속에서 그레이하운드에 대한 현실을 들으면서 쉽게 읽을 수 없었고, 한발짝 내딛는 것이 미래를 알지 못하는 것만큼 두려웠다.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진실이 있을 것만 같은 두려움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후반부엔 카밋과 울프가 함께 살아가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울프가 서서히 혼자의 삶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는 고통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이 카밋이었고,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발췌를 따라가면서 행복했다.
끝내 카밋은 14년 생을 마감하게 되었지만, 카밋은 스티븐 울프의 곁에서 제2의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시종일관 스티븐 울프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카밋을 보며 나는 카밋이 개라는 것을 잊기도 했다.
개를 키우는 것이 아닌 개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던 책이어서 다시금 내가 키우고 있는 우리집 반려견이 어떤 존재인지도 생각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반려견이 무엇인지, 어떤 존재인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해주고 싶다. 반려견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더불어 삶이 힘들어 끝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스티븐 울프의 강인함을 보면서 나도 살아가야지 라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책속 한구절]
난 항상 알았네
결국은 내가
이 길을 가리란 것을, 그러나 어제는
그게 오늘이 될 거란 걸 몰랐다네. - 고대 일본 시
"더 사랑하고 더 많이 열중하고 즐기며 더 치열하게 분개할수록,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더 많이 가질 것이다." - 에델 베리모어
"인생이란 건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게 아니에요. 빗속에서도 춤을 출 수 있다는 걸 배우는 거죠."-그레이하운드식 사랑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