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 : 좀비 섬 최후의 날 마인크래프트 공식 스토리북
맥스 브룩스 지음, 윤여림 옮김 / 제제의숲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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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책세상맘수다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맥스 브룩스(Max Brooks)’의 ‘마인크래프트: 좀비 섬 최후의 날(Minecraft: The Village)’은 16번째 공식 마인크래프트 소설이다.




마인크래프트 공식 소설은 꽤 여러가지가 동시에 만들어지는 모양새다. 그 중에는 개별권으로서 완결성을 띄는 것도 있지만, 또 일부만 별도의 시리즈로 엮이는 것도 있는데, ‘좀비 섬의 비밀’, ‘좀비 섬의 생존자’에서 이어지는 일명 좀비 섬 3부작의 마지막 권인 이 책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다른 이야기도 동시에 만들어져서인지 공식 소설로 연속해서 발간하는 것도 아니고, 권 사이의 간격도 좀 있다보니(이번 권도 꽤 오랫만에 나왔다), 마인크래프트 소설만 놓고 보더라도 시리즈 이전권을 보지 않았거나 혹은 무슨 내용이었는지 잊어버렸을 수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몇문장으로 이전권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센스가 나쁘지 않다. 워낙에 짧게 퉁치기 떄문에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까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중간 중간 관련이 있을 떄마다 따로 계속 언급하긴 한다.) 적어도 이번 이야기가 어떤 흐름상에서 시작하는 것인지는 잘 알게한다.

거기에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좀비 섬에서의 모험도 꽤나 흥미롭다. 모험 자체도 그렇지만, 게임 소설이라는 본분을 잊지않고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의 내용이나 특징같은 것을 잘 살려 게임을 즐겨본 사람에게는 이스터 에그같은 재미 요소이자 공감요소가 되게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보더라도 독특한 판타지 세계로 느끼게 한다.

두 주인공이 모험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익히고 또 깨닫는 것을 꽤나 인간적이고 사회적이며 또한 철학적으로 다루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것 자체도 자연스레 끄덕일만한 보편적인 내용인데다 작위적으로 두드러지지 않고 이야기적인 재미요소와 꽤 잘 어우러져 있어 전체적인 완성도가 괜찮다.

물론 이걸로 좀비 섬 시리즈가 완전히 종결된 거라고 하면, 중요한 떡밥 같은 걸 제대로 해소하지 않은 게 있기 때문에 완결성이 부족한, 결국 중도 하차한 것이 아니냐고 부정적일 수 있으나 마인크래프트 공식 소설이 종결된 게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두고 봐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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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수명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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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타인의 수명’은 수명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수명을 갖고 노는 건 SF 소설의 꽤나 대중적인 한 갈래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간단한 건 역시 ‘장수’일거다. 의학의 발달로 온몸의 피부와 근육이 녹아내려도 어떻게든 생명을 붙들어매두는 식의 꽤나 현실적이면서도 암울하고 다소 역겨운 것에서부터, 기계 등 다른 부속을 이용해 몸을 교환해 나가는 것은 물론, 젊은 사람의 몸을 강탈하는 것도 꽤 자주 쓰인다.

거기서 조금 더 나간것이 수명을 주고받는 것인데, 이것도 텔로미어 보충이나 혈액 교환처럼 비교적 현실성 있는 것에서부터 마치 게임의 HP(생명력)처럼 수치로 치환해 확인하고 또 간단하게 서로 거래할 수 있다는 꽤나 판타지같은(말도안되는) 것까지 여러 부류가 있다.

이 소설은 그게 적당히 섞여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굉장히 현실성 있거나 그래서 기괴한 꺼리낌을 느끼게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보이지도 않는다. 소재를 너무 SF적으로 해설하려 하기보다는 적당히 상상하게 내버려두고 이야기에 더 집중한 덕분이다.

다만, 그 이야기의 완성도가 쫌 아쉽다.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서로 꼬이면서 복잡한 감정과 사건들을 만들어내게 한 것은 나름 나쁘지 않다. 너무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키지 않으면서도 여러 가지를 풀어낼 수 있으며 하나가 다른 하나의 계기가 되거나 영향을 끼치면서 서로 서로 맞물려 하나가 되는 구조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구조가 탄탄해서 꽉 짜여진 느낌이 든다는게 장점이 있지만, 자칫하면 손쉽게 전체가 허물어져 버릴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맞물리는 만큼 중요한 지점들도 많기 때문이다.

소설에는 제대로 납득이 되지 않거나 의아한 것,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생각에 이입하기 어려운 것 등이 있고 아쉽지만 그게 모든 중요 지점들을 우아하게 비껴가지는 못했다. 그렇다보니 그와 연결되는 것도 이상하게 보이게되고, 결국 그게 전체 완성도도 좀 떨어져보이게 만든다. 너무 꽉 짜려고 했던 거 아닌가.

이런 감상은 물론 개인마다 크게 다르다. 이야기 자체는 막힘없이 술술 잘 읽히는 편이니, 만약 얼마든지 그럴듯하게 받아들이고 등장인물들에게 쉽게 이입하며 볼 수만 있다면 실로 잘 짜인 SF로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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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우주난민특별대책위원회
제재영 지음 / 마인드마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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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우주난민특별대책위원회’는 가볍게 보기 좋은 SF 일상물이다.

외계인이 있을 뿐 아니라, 사실은 우리네 일상에 이미 깊게 스며들어있다는 기본 아이디어는 이제는 꽤나 오래되어서 굉장히 흔한 대중적인 설정, 클리셰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기본에서 갈라져 특색을 띈 하위 아이디어도 여럿가지 있는데, 외계인과의 왕래가 잦아져 마치 현대 사회가 점점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는 것처럼 다행성출신 사회가 되는 것이 그 대표적인 하나고, 아직 사회가 외계인의 존재를 받아들일 단계가 안됐다거나 외계인들이 너무 특수항 성향이라서 (예를들면, 거짓말을 못한다든가 착해 빠져 이용당하기 쉽다든가, 상식이 어긋나있어 끔찍한 짓도 태연히 저지를 수 있다든가) 도저히 일반인들과 어울려 살만한 상황이 안됐다든가해서 외계인을 따로 격리하거나 비밀로 하는 의 존재를 비밀로 하는 게 또 다른 하나다.

후자는 다시 외계인을 착취하거나 서로 대립하는 부류와 일종의 평화 협력을 하는 부류 등으로 나뉠 수 있는데, 이 소설은 이 마지막 소분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지구에서 살아가는 외계인들과 그들의 문제나 그를 해결하는 공무원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 등은 꽤나 만화 원작의 영화 ‘맨 인 블랙(Men in Black, 1997)’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특수요원들이 펼치는 액션 코미디였던 영화와는 달리 소설은 민원팀의 일상물에 가깝기 때문에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일상물인만큼 이야기도 크게 굴곡진 것 없이 잔잔하기 때문에 한방같은 걸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심심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외계인 민원팀과 그들이 상대하는 독특한 외계인 ‘플라인’,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각종 장비같은 것들이 꽤나 상상력을 자극하고 구경하는 맛이 있어서 마냥 싱겁기만 하지는 않다.

개별적인 에피소드들을 모은 옴니버스같기도 하지만 전체가 이어지는 흐름같은 것도 있어서 그냥 하나의 장편이라 생각하는게 좋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볼만한 것에 반해 마무리는 되게 껄적지근한데, 너무 중간에 똑 끊어버려서다. 심지어 소위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식조차 아니어서 이게 뭐지? 하는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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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독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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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독’은 가상의 메가시티 서울을 배경으로 한 SF 소설이다.

초반에 살짝 멈칫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수십년 후, 대격변을 겪은 후 완전히 달라져버린 세계를 표현하고자 익숙한 것들도 일부러 용어를 바꾸는 등의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 용어와 뜻을 잠시 내려놓고, 다시 새로운 용어와 뜻을 받아들이는 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딱히 겁먹거나 할 정도까진 아니다. 그것들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수월하게 읽어나가는데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로 하나씩 나오는 정도라서다.

새롭게 쓰이는 용어들은 소설 속 세계를 현실과는 동떨어진 낯선 것으로 보이게 만들 기도 하지만, 또한 가상의 메가시티 뉴소울시티 뿐 아니라 현대 사회도 동시에 비꼬는 은유적인 점도 있다. 시민 대신 고객이라고 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처리를 한다거나, 마약류 각성제가 쓰이는 용도와 그걸 커피 이름같은 걸로 부르는 것 같은게 그렇다. 이게 양쪽 모두에 적절하게 풍자적인 면이 있어 은근히 재미있는 요소다.

이야기는 무난하기는 한번 훑어볼만은 하지만, 좋다고하기는 좀 어려운 정도에 그친다. 거대기업이 지배하는 극단적인 자본주의 사회, 미디어 등을 이용한 세뇌와 착취, 문화 말살을 통한 반동의 배제, 기득권에 대항하는 저항세력 등 기존에 익숙하게 봤던 것들을 그대로 답습한 느낌이어서다.

물론, 그것들을 잘 풀어냈다면 그래도 이건 이것대로의 재미가 있다 할 수 있었겠지만, 중간 중간에 어색한 지점들이 꽤 밟히다보니 그보다는 아쉽다는 느낌이 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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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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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조 미사키(一条 岬)’의 ‘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さよならの仕方を教えて)’는 상상 속 친구를 소재로 한 청소년 로맨스다.

‘상상 속 친구(Imaginary Friend)’란 현실의 실제 존재가 아닌 상상 속의 존재와 우정 등을 나누는 심리적인 현상을 일컫는 것이다. 혼자만이 알고 볼 수 있는 존재가 있어서 그와 대화를 하거나 심지어는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려고도 하기도 한다는데, 제삼자가 보기에는 조현병(Schizophrenia) 중 환각(Hallucination) 증상의 하나와 꽤나 유사하다.

양태가 비슷한데도 둘을 구분해서 부르는 건, 상상 속 친구는 조현병같은 정신질환과는 다르게 몸에 문제가 생긴다든가 해서 발생한다기보다 주로 어렸을 때 심리적인 이유로 발생한다는 거다. 가볍게는 혼자서 놀 때 가상의 친구를 상정해두고 역할놀이같은 걸 하는 것도 넓게 봐서는 상상 속 친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상상 속 친구는 나이를 먹거나 그런 심리적 요인이 없어지만 자연히 사라진다는 게 정신질환과는 다르다.

그런 상상 속 친구를 아동기를 넘어 고학년일 때도 겪는다는 것을 상정하고 있기에 소설 속 ‘히구치 유’는 (어쩌면 픽션에서만 가능한) 좀 특이한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이건 그만큼 그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는 걸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소설은 그런 그에게 살갑게 접근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마치 투명인간같은 ‘아리마 호노카’와의 이야기와 지금은 관계가 좀 어색해졌지만 소꿉친구인 ‘미나세 린’의 시점에서 그린 이야기를 서로 교차해 보여주면서 살짝 미스터리성을 띄게 진행된다.

그러면서 뜻밖의 진실로 전개해가는데, 솔직히 그게 큰 반전이거나 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소설에서 사용한 트릭은 꽤 흔하게 쓰이는 것을 실로 정직하게 사용한 것인데다, 저자도 꽤나 노골적으로 떡밥이랄까 유도를 하면서 좀 티를 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이 모두 드러났을 때도 그게 놀랍다기보다는 그냥 ‘아, 역시 그랬구나’에 가까운 느낌을 받는다. 그래도 그걸 이루는 요소나 장치, 거기까지 이르는 전개가 나쁘지 않아서 꽤 볼만하다.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고 맥거핀처럼 남겨지는 요소도 있기는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드라마와 갈등 해소 과정도 나름 잘 그려냈다.

일본 애들도 펑펑 울 수 있었네. 그래, 그러고 보면 소위 ‘신파’라는 것은 일본에서 시작된 거였지. 현대 일본의 픽션에선 지나치게 감정을 억누른 듯한 것도 많이 봐서 그런지 의외로 이처럼 솔직하게 발산해내는 이야기가 오히려 좀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런 것은 물론 이들이 아직 어린 청소년이기 때문에 그래도 받아들여질만한 것이기도 하다.

전체 이야기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 같은 것도 좀 뻔한 것이긴 하나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은 잘 피했기에 큰 거부감이 없다.

소재나 클리셰, 트릭 사용도 나쁘지 않고, 전체적으로 꽤 볼만한 최루성 청소년 로맨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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