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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우주난민특별대책위원회
제재영 지음 / 마인드마크 / 2024년 12월
평점 :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한국우주난민특별대책위원회’는 가볍게 보기 좋은 SF 일상물이다.
외계인이 있을 뿐 아니라, 사실은 우리네 일상에 이미 깊게 스며들어있다는 기본 아이디어는 이제는 꽤나 오래되어서 굉장히 흔한 대중적인 설정, 클리셰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기본에서 갈라져 특색을 띈 하위 아이디어도 여럿가지 있는데, 외계인과의 왕래가 잦아져 마치 현대 사회가 점점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는 것처럼 다행성출신 사회가 되는 것이 그 대표적인 하나고, 아직 사회가 외계인의 존재를 받아들일 단계가 안됐다거나 외계인들이 너무 특수항 성향이라서 (예를들면, 거짓말을 못한다든가 착해 빠져 이용당하기 쉽다든가, 상식이 어긋나있어 끔찍한 짓도 태연히 저지를 수 있다든가) 도저히 일반인들과 어울려 살만한 상황이 안됐다든가해서 외계인을 따로 격리하거나 비밀로 하는 의 존재를 비밀로 하는 게 또 다른 하나다.
후자는 다시 외계인을 착취하거나 서로 대립하는 부류와 일종의 평화 협력을 하는 부류 등으로 나뉠 수 있는데, 이 소설은 이 마지막 소분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지구에서 살아가는 외계인들과 그들의 문제나 그를 해결하는 공무원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 등은 꽤나 만화 원작의 영화 ‘맨 인 블랙(Men in Black, 1997)’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특수요원들이 펼치는 액션 코미디였던 영화와는 달리 소설은 민원팀의 일상물에 가깝기 때문에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일상물인만큼 이야기도 크게 굴곡진 것 없이 잔잔하기 때문에 한방같은 걸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심심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외계인 민원팀과 그들이 상대하는 독특한 외계인 ‘플라인’,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각종 장비같은 것들이 꽤나 상상력을 자극하고 구경하는 맛이 있어서 마냥 싱겁기만 하지는 않다.
개별적인 에피소드들을 모은 옴니버스같기도 하지만 전체가 이어지는 흐름같은 것도 있어서 그냥 하나의 장편이라 생각하는게 좋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볼만한 것에 반해 마무리는 되게 껄적지근한데, 너무 중간에 똑 끊어버려서다. 심지어 소위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식조차 아니어서 이게 뭐지? 하는 뒷맛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