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이치조 미사키(一条 岬)’의 ‘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さよならの仕方を教えて)’는 상상 속 친구를 소재로 한 청소년 로맨스다.

‘상상 속 친구(Imaginary Friend)’란 현실의 실제 존재가 아닌 상상 속의 존재와 우정 등을 나누는 심리적인 현상을 일컫는 것이다. 혼자만이 알고 볼 수 있는 존재가 있어서 그와 대화를 하거나 심지어는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려고도 하기도 한다는데, 제삼자가 보기에는 조현병(Schizophrenia) 중 환각(Hallucination) 증상의 하나와 꽤나 유사하다.

양태가 비슷한데도 둘을 구분해서 부르는 건, 상상 속 친구는 조현병같은 정신질환과는 다르게 몸에 문제가 생긴다든가 해서 발생한다기보다 주로 어렸을 때 심리적인 이유로 발생한다는 거다. 가볍게는 혼자서 놀 때 가상의 친구를 상정해두고 역할놀이같은 걸 하는 것도 넓게 봐서는 상상 속 친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상상 속 친구는 나이를 먹거나 그런 심리적 요인이 없어지만 자연히 사라진다는 게 정신질환과는 다르다.

그런 상상 속 친구를 아동기를 넘어 고학년일 때도 겪는다는 것을 상정하고 있기에 소설 속 ‘히구치 유’는 (어쩌면 픽션에서만 가능한) 좀 특이한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이건 그만큼 그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는 걸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소설은 그런 그에게 살갑게 접근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마치 투명인간같은 ‘아리마 호노카’와의 이야기와 지금은 관계가 좀 어색해졌지만 소꿉친구인 ‘미나세 린’의 시점에서 그린 이야기를 서로 교차해 보여주면서 살짝 미스터리성을 띄게 진행된다.

그러면서 뜻밖의 진실로 전개해가는데, 솔직히 그게 큰 반전이거나 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소설에서 사용한 트릭은 꽤 흔하게 쓰이는 것을 실로 정직하게 사용한 것인데다, 저자도 꽤나 노골적으로 떡밥이랄까 유도를 하면서 좀 티를 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이 모두 드러났을 때도 그게 놀랍다기보다는 그냥 ‘아, 역시 그랬구나’에 가까운 느낌을 받는다. 그래도 그걸 이루는 요소나 장치, 거기까지 이르는 전개가 나쁘지 않아서 꽤 볼만하다.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고 맥거핀처럼 남겨지는 요소도 있기는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드라마와 갈등 해소 과정도 나름 잘 그려냈다.

일본 애들도 펑펑 울 수 있었네. 그래, 그러고 보면 소위 ‘신파’라는 것은 일본에서 시작된 거였지. 현대 일본의 픽션에선 지나치게 감정을 억누른 듯한 것도 많이 봐서 그런지 의외로 이처럼 솔직하게 발산해내는 이야기가 오히려 좀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런 것은 물론 이들이 아직 어린 청소년이기 때문에 그래도 받아들여질만한 것이기도 하다.

전체 이야기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 같은 것도 좀 뻔한 것이긴 하나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은 잘 피했기에 큰 거부감이 없다.

소재나 클리셰, 트릭 사용도 나쁘지 않고, 전체적으로 꽤 볼만한 최루성 청소년 로맨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