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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수명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4년 12월
평점 :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타인의 수명’은 수명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수명을 갖고 노는 건 SF 소설의 꽤나 대중적인 한 갈래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간단한 건 역시 ‘장수’일거다. 의학의 발달로 온몸의 피부와 근육이 녹아내려도 어떻게든 생명을 붙들어매두는 식의 꽤나 현실적이면서도 암울하고 다소 역겨운 것에서부터, 기계 등 다른 부속을 이용해 몸을 교환해 나가는 것은 물론, 젊은 사람의 몸을 강탈하는 것도 꽤 자주 쓰인다.
거기서 조금 더 나간것이 수명을 주고받는 것인데, 이것도 텔로미어 보충이나 혈액 교환처럼 비교적 현실성 있는 것에서부터 마치 게임의 HP(생명력)처럼 수치로 치환해 확인하고 또 간단하게 서로 거래할 수 있다는 꽤나 판타지같은(말도안되는) 것까지 여러 부류가 있다.
이 소설은 그게 적당히 섞여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굉장히 현실성 있거나 그래서 기괴한 꺼리낌을 느끼게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보이지도 않는다. 소재를 너무 SF적으로 해설하려 하기보다는 적당히 상상하게 내버려두고 이야기에 더 집중한 덕분이다.
다만, 그 이야기의 완성도가 쫌 아쉽다.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서로 꼬이면서 복잡한 감정과 사건들을 만들어내게 한 것은 나름 나쁘지 않다. 너무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키지 않으면서도 여러 가지를 풀어낼 수 있으며 하나가 다른 하나의 계기가 되거나 영향을 끼치면서 서로 서로 맞물려 하나가 되는 구조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구조가 탄탄해서 꽉 짜여진 느낌이 든다는게 장점이 있지만, 자칫하면 손쉽게 전체가 허물어져 버릴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맞물리는 만큼 중요한 지점들도 많기 때문이다.
소설에는 제대로 납득이 되지 않거나 의아한 것,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생각에 이입하기 어려운 것 등이 있고 아쉽지만 그게 모든 중요 지점들을 우아하게 비껴가지는 못했다. 그렇다보니 그와 연결되는 것도 이상하게 보이게되고, 결국 그게 전체 완성도도 좀 떨어져보이게 만든다. 너무 꽉 짜려고 했던 거 아닌가.
이런 감상은 물론 개인마다 크게 다르다. 이야기 자체는 막힘없이 술술 잘 읽히는 편이니, 만약 얼마든지 그럴듯하게 받아들이고 등장인물들에게 쉽게 이입하며 볼 수만 있다면 실로 잘 짜인 SF로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