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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 샬리마르
살만 루슈디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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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리얼리즘 소설의 또다른 지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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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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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여덟 시 즈음, 집으로 돌아가던 지하철 안이었다. 무척 고단했던 터라 한쪽 손에 들고 있던 <1Q84>를 펼쳐 읽을 기운도 나지 않았다. 나는 하릴없이 가만히 서서 지하철 안을 읽을(?) 따름이었다.
재밌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내 앞 쪽에 앉은 여인도, 내게서 좀 떨어진 곳에 서있는 어느 건장한 청년도 <1Q84>를 읽고 있었다. 겉표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연두색 가늠끈과 책 크기만 봐도 <1Q84>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벌써 며칠째 <1Q84>의 세계에 빠져있었으니까. 서울 지하철 2호선의 한 구간 안에, 벌써, 나를 포함해서 세 명의 사람이 같은 책을 읽고 있는 것이었다.
베스트셀러는 나쁘다, 라는 것이 나의 평소 지론이다. 그것이 좋은 책, 나쁜 책인 것을 떠나 어떤 한정된 책만을 대개의 사람들이 읽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다면, 지구에는 비슷비슷한 세계가 너무 많아지지 않을까? 세계는 보다 다양한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 내가 이미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들어선 <1Q84>를 읽었던 이유는, 뭐랄까, 그것이 일종의 ‘군대’라는 소재와 같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왔든, 아니 다녀왔든, 좋아했든, 아니 좋아했든, 일단 군대 이야기를 한다. 그것이 그들의 공통된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미 책을 좀 읽는다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주요한 키워드이다. 하루키를 좋아하든 아니 좋아하든, 작품을 읽었든 아니 읽었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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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오브 더 북
제럴딘 브룩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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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 등 세 소설의 공통점은 ‘책에 관한 책’이라는 것, 또한 미스터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도서 미스터리 소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이번에 읽은 <피플 오브 더 북>은 무척이나 특별했다. 전 세계가 종교와 인종을 초월해 지키고자 했던 한 권의 책, <사라예보 하가다>의 실화를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탄탄한 플롯과 해박한 지식,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들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작가 제럴딘 브룩스]

<피플 오브 더 북>은 다음과 같은 인용구로 시작한다.

책에 불을 지르는 곳에서는 결국 사람에게도 불을 지른다. _하인리히 하이네 



이 구절을 읽고 있노라면 저 진시황의 분서갱유, 나치의 문서 소각 등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권력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불태워져야 했던 책들의 수난사. 한 민족의 정통성을 지닌 상징적인 책일수록 그 수난의 역사는 아찔하기 그지없다.
제럴딘 브룩스 소설 <피플 오브 더 북>에 등장하는 책 <사라예보 하가다>는 14세기 스페인에서 제작된 이래 수세기 동안 유럽을 떠돌다 1894년 빈에서 모습을 드러낸 양피지로 만든 유대교의 경전으로,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중세 유대인들은 어떠한 형상도 그리지 않았다는 미술사학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아름답고 화려한 채식의 고서이다.  

  

[사라예보 하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박물학적 가치가 있는 이 책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몇 번 소실될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기적처럼' 책은 누군가에 의해 구출되었고, 오늘날까지 오백 년의 시간을 견뎌올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위기 때마다 이 책을 구출한 그 '누군가'가 유대인이 아닌 무슬림, 기독교인들이라는 것이다. 왜 그들은 목숨을 걸면서까지 굳이 다른 종교의 오래된 경전을 구하려고 한 것일까?

시드니의 어느 깊은 밤, 서적보존 전문가 해나 히스 박사는 이스라엘의 고문서 학자 아미타이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1992년 보스니아 내전 중 유실된 줄 알았던 <사라예보 하가다>가 발견되었으니 그 책의 상태를 분석하고 보존하는 작업을 해달라는 것. 해나는 세상에서 가장 진귀하고 신비한 책을 가지고 작업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며 흔쾌히 제안을 수락한다.
해나는 UN의 공식 초청으로 보스니아로 날아가 <사라예보 하가다>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사진으로 찍고 상태를 기록한다. 작업을 진행하던 해나는 몇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한다. 책 사이에서 나비 날개 조각이 발견되고, 어느 페이지에는 소금물에 닿은 흔적이 있다. 또다른 페이지에는 붉은 와인 자국이 있고, 유월절 저녁 식사 장면에는 샛노란 옷을 입은 흑인 여인이 한 명 있는데, 그 페이지에서 실처럼 가느다란 하얀 털이 발견된다.
해나는 이 단서들을 통해 오백여 년의 긴 시간 속 <사라예보 하가다>가 간직한 이야기들을 추적해나간다.
이 책이 스페인에서 사라예보까지 어떻게, 왜 오게 된 것일까…… 이제부터 각 장은 15세기 종교재판의 광기에 사로잡힌 스페인, 17세기 초 번성하던 베네치아, 19세기 말 퇴폐에 물든 빈, 2차 대전과 내전으로 폐허가 된 사라예보, 그리고 2002년 예루살렘을 거슬러 올라가며 여러 번 소실될 위기에 처했던 <사라예보 하가다>의 역사와, 이것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사랑과 신념, 목숨까지 바쳤던 이들의 경이로운 이야기를 그린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는 <사라예보 하가다>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책을 따르는 사람들, 책을 사랑하고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 제럴딘 브룩스가 역설하는 책에 대한 사랑이란 인간 문명에 대한 믿음, 인간 본성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싶다. 바로 그러한 믿음과 애정을 통해 지난 세기의 사람들이 지키고자 했던 종교와 문화를 초월한 이해와 사랑, 공존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이 소설, 참으로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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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디스 워턴 지음, 김욱동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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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날, 비 온 뒤 쑥쑥 키를 높여가는 죽순(竹筍)의 허리를 뎅겅 잘라 손바닥에 문질러보면 아득하고 또 아득한 향기가 코끝을 찌르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다지 아름답다고 할 수도 없는 대나무의 마른 허우대를 쓰다듬으며 가느다랗지만 질긴 대나무의 뿌리를 생각해보는 일은 죽순의 은밀한 냄새를 맡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지요. 지진처럼 갈기갈기 찢겨진 삶의 괴로움을 땅속에 고스란히 품고 사는 이 메마른 나무의 고요한 울음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겁니다. 삶이란 갈등의 매순간이며 원하든 그렇지 않든 스스로 택한 길을 끝끝내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요.

이러한 대나무를 닮은 뉴잉글랜드의 이선은 재능 있고 꿈 많은 청년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시골에 파묻힌 채 환자인 어머니를 돌보면서 모든 이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요. 결국 어머니가 병으로 사망한 뒤 어머니를 간호하던 먼 친척 여자와 결혼하면서 그의 꿈은 더욱 부르기 힘든 이름이 되어버렸고요. 결혼 후 아내마저 병에 걸려 이선은 궁지에 빠졌고 처음부터 애정이 없던 그들의 결혼 생활은 그녀의 질병과 괴팍한 성격으로 더욱 악화되었지요. 그런데 바로 그때 아내의 조카인 매티가 고모를 돌보기 위해 이선의 집으로 온 겁니다. 이선은 열일곱 살의 매티와 금방 사랑에 빠졌어요.

 매티의 건강한 육체, 철모르고 발랄한 그녀의 순수한 영혼을 흠모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처음 맛보는 사랑의 달콤함! 하지만 얼마 후 이런 사실을 눈치 챈 아내는 매티를 쫓아내려고 했지요. 이별의 슬픔에 절망한 두 사람은 함께 썰매를 타고 언덕 밑에 있는 느릅나무에 부딪쳐 자살을 시도하지만, 운명은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매티는 척추가 부러지고 이선은 절름발이가 되어 오히려 아내의 보살핌을 받게 된 거지요. 이선은 그렇게 고달픈 삶을 살아갑니다.

신은 우리에게 숙명이라는 멍에를 씌우고, 갈매기가 비행을 유지해야 하듯 각자에게 주어진 잔은 마땅히 비울 것을 요구합니다. 이선은 사랑에 한 번 몸을 담근 죄로 수십 년을 운명에 저당 잡힌 셈이지요. 무서운 일일까요? 아니면 비극적인 아름다움일까요?

생각해보면 저 이선의 모습은 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는 다 부질없는 옛이야기, 술상에 올라오는 시금털털한 안주 같은 이야기로 치부해버리고 말지만, 이따금 놓쳐버린 날들을 되새김질하려 할 때마다 저 생의 발가락 끝에서부터 아득아득 치통이 몰려옵니다. 모두가 사랑이었고, 모두가 사랑이 아니었지요.

그해 겨울, 눈은 참 많이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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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의(靑衣)
비페이위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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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뭘 빼먹었지?"
잠시 말이 없던 샤오옌추가 대답했다.
"짚신과 총을 빼먹고 연기하셨잖아요!"
일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멍해졌다. 사람들은 곧 그 말 속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옌추......! 이 아이 정말 너무하는군!
샤오옌추는 열기로 한창 상기됐던 리쉬에편의 얼굴이 조금씩 싸늘해져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리쉬에펀이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는 너는? 네가 연기하는 항아는 뭐 대단한 줄 아니? 재수없는 년! 여우 같은 년! 발랑 까진 백치 같은 년이 뭐라고 나불대는 거야? 너 같은 건 달나라에 묶여 있어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거야!"
발끝을 세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리쉬에펀의 흥분은 갈수록 더해갔다. 이제 차갑게 식어가는 쪽은 샤오옌추였다. 샤오옌추의 콧속에서는 북풍이 불었고 눈동자에서는 눈보라가 몰아쳤다. 스태프 한 명이 리쉬에펀의 손이라도 녹이라고 뜨거운 물을 들고 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스태프의 손에서 컵을 낚아챈 샤오옌추는 리쉬에펀의 얼굴에 뜨거운 물을 확 끼얹었다.
일순 무대 뒤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아수라장이 되었다. -28쪽

그는 들고 있던 약봉지를 손에서 떨어뜨렸다. 뭔가 정말 큰일이 벌어졌구나!
아내를 끌어안고 있는 그의 머릿속은 불길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드디어 샤오옌추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멘과! 나 다시 무대에 서게 됐어요!"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사람처럼 그는 기쁨과 반신반의가 섞인 눈빛으로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샤오옌추가 다시 말했다.
"나 정말로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됐어요!"-41쪽

샤오옌추는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토록 창피한 꼴을 당하리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춘라이에게 한 대목 시범을 보여주려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갈라지며 쇳소리가 튀어나온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유리를 긁었을 때 나는 소리 같았고, 발정난 수퇘지가 암퇘지의 등 위에 올라타서 내지르는 소리 같았다. 사실 노래를 부르는 연기자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름 아닌 샤오옌추였다. -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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