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내가 뭘 빼먹었지?"
잠시 말이 없던 샤오옌추가 대답했다.
"짚신과 총을 빼먹고 연기하셨잖아요!"
일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멍해졌다. 사람들은 곧 그 말 속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옌추......! 이 아이 정말 너무하는군!
샤오옌추는 열기로 한창 상기됐던 리쉬에편의 얼굴이 조금씩 싸늘해져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리쉬에펀이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는 너는? 네가 연기하는 항아는 뭐 대단한 줄 아니? 재수없는 년! 여우 같은 년! 발랑 까진 백치 같은 년이 뭐라고 나불대는 거야? 너 같은 건 달나라에 묶여 있어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거야!"
발끝을 세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리쉬에펀의 흥분은 갈수록 더해갔다. 이제 차갑게 식어가는 쪽은 샤오옌추였다. 샤오옌추의 콧속에서는 북풍이 불었고 눈동자에서는 눈보라가 몰아쳤다. 스태프 한 명이 리쉬에펀의 손이라도 녹이라고 뜨거운 물을 들고 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스태프의 손에서 컵을 낚아챈 샤오옌추는 리쉬에펀의 얼굴에 뜨거운 물을 확 끼얹었다.
일순 무대 뒤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아수라장이 되었다. -28쪽
샤오옌추는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토록 창피한 꼴을 당하리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춘라이에게 한 대목 시범을 보여주려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갈라지며 쇳소리가 튀어나온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유리를 긁었을 때 나는 소리 같았고, 발정난 수퇘지가 암퇘지의 등 위에 올라타서 내지르는 소리 같았다. 사실 노래를 부르는 연기자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름 아닌 샤오옌추였다. -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