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티아스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 16
플라톤 지음, 이정호 옮김 / 이제이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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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을 관조적이며 정치중립적인 철학자로 보는 것은 완전한 오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비교했을 때에도 그는 매우 적극적으로 정치적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알렉산더 사후(BC. 323)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고향인 마케도니아로 피신한 것과는 달리 플라톤은 몇 번의 실패 후에도 자신의 '철인왕국'을 실현하기 위해 70의 노구를 이끌고 시라쿠사 여행길에 올랐다. 이것은 그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는 어이없는 전승(유신시절 문교부가 이렇게 유포했고, 그래서 이런 오해는 전세계적으로도 유래없다.)은 그가 진실로 철학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아테네의 중우들 앞에서 자신을 변론했으며, 죽음에 이르기까지 '저항'의 정신을 간직했다는 점을 알고 나면 하나의 넌센스처럼 비친다.

 

따라서 서구사상의 시원에서부터, 아니 정신(nous) 자체가 바로 니체적 의미에서 '반시대적'이며, 저항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러한 정신적 밀리탕스는 어디서부터 유래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우리는 이 대화편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미완의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이다. 이 대화편 자체가 '미완'이라는 것, 그리고 대화가 중단된 부분이 다름 아니라 타락한 아틀란티스에 대한 제우스의 징벌이 시작되는 부분이라는 것이 그것을 말해 준다. 이 부분은 여러 철학자들의 해석이 분분하지만, 그런 만큼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모두 허용한다. 제우스의 징벌은 곧 '아테네'라는 다른 유토피아를 준비하는 '파괴'의 과정이다. 하나의 파괴 이후에 등장하는 완전한 유토피아로서의 아테네는 플라톤 당대의 아테네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며, 오히려 그것은 타락 이전의 아틀란티스를 그대로 가져온 모습이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그것을 건설할 것인가? 만약 아테네가 아틀란티스와 같은 물질적 번영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당시의 아테네처럼 중우정치에 물들어 버린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플라톤은 '절제'와 '용기', 그리고 '정의'를 내세우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덕목들이 물질적 번영의 토대 위에서 제대로 구현될 것인가? 혹 이 유토피아마저 변질되지는 않겠는가? 이러한 불안과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실천의 전망이 플라톤에게 '열망'을 불러 일으켰고 그의 발길을 끊임없이 시라쿠사로 이끌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철학은 시초부터 '반시대적'인 동시에 '실험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그것은 무언가를 언설로 갈무리 하여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의 지평에 스스로를 열어 놓음으로써 텍스트를 미완으로 돌리고, 현실 안에서 어떤 '발명'을 바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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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도입부 대화(106a-108)

1. 티마이오스의 마무리와 기원(106a-106b)

[106b]올바른 벌이란 틀린 소리를 한 사람으로 하여금 제대로 된 소리를 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겠지요.(4)

 

(4)dikē de orthē plēmmellounta emmelē poiein. 여기서 쓰인 ‘plēmmeleō’는 ‘to make a false note in music’ ‘틀린 소리를 내다’의 뜻이며, ‘emmelōs’는 ‘sonding in unison, in tune or time, harmonious’ ‘맞는 소리를 내다’의 뜻이다. 여기서는 조화로운 우주를 말로 설명하는 것과 조화로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동일하게 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2. 크리티아스의 양해(106b-108a)

3. 소크라테스의 당부(108a-108c)

4. 크리티아스의 다짐(108c-108d)

 

II. 옛 아테네와 선조들(108e-112e)

1. 서언: 전쟁의 발발과 아틀란티스의 위치(108e-109a)

2. 신들의 지역 배분과 최초의 통치방식 및 토착민들(109b-110c)

[110b]당시에는 여자와 남자 모두 전쟁에 관한 임무를 똑같이 가졌으므로 무장한 여신상은 당시 관습에 따라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봉납 신상일 수 있었는데, 그 여신 그림과 여신상 또한 ‘떼 지어 사는 것은 암수를 불문하고 다 똑같이 각기 고유한 탁월성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 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겠네.

그런데 당시 이 아테네 지역에는 시민 계층들 중 수공업에 종사하는 계층 외에도 땅에서 식량을 생산하는 계층이 살고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군인 계층이 신적 인간들에 의해 처음부터 격리된 채 따로 살고 있었다네(49). 양육과 교육(50)에 필요한 모든 것을 구비하고서 말이네. 즉, 그들 중 그 어느 누구도 그들 자신의 사적인 소유물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모든 것을 그들 모두의 공유물로 간주하였고, 식량 또한 생존에 필요한 정도 외에는 일체 다른 시민들로부터 얻으려 하지 않았네. 그러면서 그들은 어제 거론되었던 임무일체, 즉 우리가 제안했던 수호자들에 대해 언급한 모든 것들을 실천에 옮기고 있었던 것이네.[110d]

 

(49)《티마이오스》246 참고.

(50) trophē kai paideusis 양육은 신체 발육과 관련된 것이고 교육은 정신의 함양과 관련된다. ‘교육’은 ‘교양’으로도 옮길 수 있다. 교육(교양)의 중요성에 관해서는 《국가》3권 416b~c, 4권 423e~424c, 7권 518c~d 참고.

 

☞ 여기서 ‘떼지어 산다’는 표현은 인간 뿐만 아니라 전체 자연의 동물들을 지칭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정호 선생은 주석에서 굳이 그렇게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이렇게 인간만을 따로 보지 않고 전체 자연의 일부로 취급하는듯한 표현은 대화편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그러한 인식체계로 인해 논리적으로 단순화할 수 있는 경우에도 매우 복잡한 논변이 전개되기도 한다. 《뤼시스》에서 인간과 자연물을 복합적으로 취급하는 부분도 그러하다. 그리스 고대철학은 아직 인간을 하나의 ‘주체’ 즉 실체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는 통념이 여기서도 확인된다.

 

3. 계층의 구분과 임무(110c-110d)

4. 아테네의 땅(110d-111e)

1) 국경(110d-110e)

2) 토질, 자원, 기후(110e-111e)

5. 아테네의 도시(111e-112d)

1) 위치와 경계(111e-112b)

2) 거주지와 그 주변(112b-112d)

6. 수호자의 규모와 됨됨이(112d-112e)

 

III. 아틀란티스 섬과 사람들(112e-120d)

1. 명칭에 대한 사전 설명(112e-113b)

2. 기원과 시조(113b-113d)

3. 포세이돈의 최초 건설 작업(113d-113e)

4. 포세이돈의 후손들, 영지 및 부(113e-114d)

5. 자원(114d-115b)

1) 지하자원(114d-114e)

2) 산림 및 동식물, 식량자원(114e-115b)

6. 도시의 건설과 정비(115b-118e)

1) 해수 띠와 육지 띠, 운하(115c-116a)

2) 그 주변의 정비-다리, 돌담, 망루, 문, 선박계류장, 돌담장식(116a-116c)

3) 궁정의 배치(116c-116d)

4) 포세이돈 신전 내부(116d-117a)

5) 온천과 냉천, 수도관(117a-117c)

6) 외곽성벽, 항구(117d-118e)

7. 평야의 정비(118a-118e)

1) 평야의 위치와 크기(118a-118b)

2) 평와 외곽 산지(118b-118b)

3) 직사각형 해자(118b-118c)

8. 구역의 규모와 행정(118e-119a)

9. 구역별 병력 및 병기의 공출(119a-119b)

10. 통치 체계 및 법률(119c-120d)

1) 통치자 회의(119c-119d)

2) 서약 의식(119d-120c)

[120a]비석에는 그 법에 덧붙여 법에 복종하지 않는 자에게 엄청난 저주를 비는 서원이 새겨져 있었다네. 그들은 또 그들의 법에 따라 제물을 바칠 때 황소의 사지 모두를 바쳤으며(151), 크라테르(152)에 술을 섞으면서 자기들 각자를 위해 핏방울도 같이 집어 넣었네. 그리고 비석을 두루 정결케 한 후 나머지 피도 불에다 부었다네.

그런 다음 그들은 그 크라테르의 술을 황금 잔에다 따랐다가 그것을 불에다 부으면서 이런 맹세를 하였던 것일세. 즉 이전에 뭔가 법을 어긴 사람이 있으면 비문에 새겨진 법에 따라 심판하여 처벌할 것이며, 또한 이후 어떠한 법도 고의로 어기지 않을 것이며, 아버지의 법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는 통치하지도 않을 것이고, 또 그러한 통치자에게 복종하지도 않겠노라고 말일세.

 

(151) 포세이돈에게 황소를 바치는 의식이 여기서 응용되고 있다. 《오뒷세이아》iii 6 참고.

 

☞ “그때 그들은 넬레우스가 튼튼하게 지은 도시 퓔로스에 닿았다.

마침 바닷가에서 그곳 백성들이 새까만 황소들을 잡아

 대지를 흔드는 검푸른 머리의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있었다.

그곳에는 아홉 줄의 좌석이 있었는데 각 줄마다 오백 명씩

앉아 있고 각 줄마다 황소 아홉 마리씩 준비되어 있었다.

이들은 마침 내장을 맛보고 나서 넓적다리뼈들을 제단 위에서

신께 태워드리고 있을 때 (...)

 

(152) kratēr. 술 등을 섞기 위해 만든 그릇

 

 

 

 

 

 

3) 법률들(120c-120d)

 

IV. 본성의 타락과 징벌(120-121c 중단부분)

1. 신적인 본성의 상실(120d-121b)

2. 제우스의 징벌(121b-121c 중단부분)

[121a]그들은 부의 사치스러움에 취해 자제심을 잃어 그들 자신을 망쳐 버리는 일이 없었으며, 오히려 깨어 있는 정신으로 이러한 모든 것들이 우애로운 교분을 통해 덕과 함께 불어 나는 것임을 예리하게 통찰하고 있었다네. 반대로 부와 사치스러움을 얻고자 안달하고 그것들을 떠받들면 오히려 줄어들고 급기야는 그 덕 자체도 그들에게서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말일세.

실로 그들은 이러한 생각과 신적인 본성을 유지하고 있었으므로 우리가 앞에서 말했던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서 불어났던 것이네. 그러나 그 신적인 부분은, 여러 사멸하는 것들과 수차에 걸쳐 뒤섞여짐으로써 그들에게서 점차 줄어들게 되었고, 오히려 인간적 성정이 우위를 차지하기에 이르자 그들은 급기야 갖고 있는 재물을 감당해 내지 못하고 평정을 잃어, 사람을 볼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파렴치한 자로 간주되었네. 가장 귀한 것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것을 잃어버린 것이지.[121b]

 

[121c] 모든 것을 굽어 볼 수 있는 신들의 가장 존귀한 거처로 모든 신들을 불러들여, 그들이 다 모이자 이르기를 (…).

 

☞아틀란티스에 관한 National Geographic의 다큐멘타리:

http://www.youtube.com/watch?v=Kds6G4ffx-4&feature=rel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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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7 18: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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