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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무엇입니까 - 표정훈, 스승 강영안에게 다시 묻다, 20년 만의 특강
강영안.표정훈 지음 / 효형출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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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예나 지금이나 단 하나다. '지혜사랑'(또는 레비나스적 의미에서 '사랑의 지혜). 그러나 이 단순한 대답은 철학사 안에서 위상을 달리하며 끊임없이 변주되어 왔다. 또는 오히려 이 질문과 대답 자체가 다시 구성되었다. 그래서 질문은 대답 속에서 다시 물어지고, 대답은 질문을 통해 다시 의문에 부쳐 지는 것이다.
강영안 선생도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 반복한다. 하지만 그 대답은 레비나스와 마리옹, 그리고 리쾨르라는 20세기 주체 철학(아니면 타자의 철학) 안에 재정위하는 방식을 취한다. 결론적으로 철학은 오래 은폐되어 왔던 '타자성'이라는 주제를 꺼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체'는 이러저러한 우회를 거쳐 '부름'에 응답하는 그런 존재가 된다. 절대적 주체성은 없으며, 단지 '겸손한 주체'의 모습만이 남는다. 그러나 이 겸손은 너무나 투철하기 때문에 그 전의 '주체'마저 더 투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주체를 강화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것을 더 투과가능하게 만드는 어떤 것, 타자를 통해 다시 태어나는 이 주체는 그래서 스스로가 존재 근거나, 인식 근거라고 말하기 보다, 윤리의 근거 또는 윤리라는 실천을 매개하는 일종의 '천사'가 되는 것이다.
강영안 선생이 '천사'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논의 가운데에는 어쩌면 신의 부름을 받는 불완전한 인간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어떤 윤리적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인간보다는 더 상위의 주체성, '하지만' 상호주체성의 주체성이 필요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