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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이라는 유령 - 네그리와 하트의 제국론 비판 ㅣ 이매진 컨텍스트 14
알렉스 캘리니코스 외 지음, 고팔 발라크리슈난 엮음, 김정한 옮김 / 이매진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제국, Empire]이 출간된 지도 7년이 흘렀다. 이 책이 가진 파급력이 대단했다는 것은 '자율주의'(Autonomism)라는 운동의 고유명사가 증명해 준다. 역사와 문화, 사회과학과 철학을 횡단하는 지적 얼개에서부터 프롤레타리아트와 혁명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이르기까지 그 방대함과 치밀한 분석력에 있어서 이 책은 68년 이후 좌절에 빠진 좌파들에게 하나의 선물 이상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내가 이 책을 접했을 때의 놀라움도 이러한 좌절감의 대척점에서 가늠해야 마땅하다. 이 책 이후로 네그리의 책들을 거의 다 봤으니 그 좌절감이란 게 얼마나 큰 것이었을까? 하긴 나는 지금도 맑시즘과 자율주의, 그리고 아나키즘이라는 왼쪽 길들의 원근을 가늠하며 걷고 있는 중이다.
[제국]이 나온 것과 더불어 수많은 논쟁들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러한 논쟁들의 정수들을 모아 놓은 리스트라 할 수 있다. 캘리니코스와 아리기, 우즈의 논평은 특히 날카롭다. 그러나 몇몇은 실망스럽기도 하다. 그 몇몇 중에는 [제국]이라는 텍스트에 집중하기 보다, 네그리라는 인물에 더 치중하면서, 이상한 음모론 같은 비평(부르주아에의 투항이라는?)을 전개하기도 한다. 함량 미달의 이런 비평들을 제외하면 각각의 글들이 제 나름의 논변을 가지고 텍스트를 꼼꼼히 비평하고 있다. 그런데 이 비평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게 바로 '노동자주의적 낙관론'이라는 거다. 이 방면의 비판은 파올로 비르노가 그의 [다중의 문법]이라는 책에서 더 정교하게 전개해 놓았는데, 네그리 입장에서 보면 그리 낯설지도 않을 것이다. 내 생각에 네그리의 낙관주의는 문제틀의 범위에 놓여 있다기 보다, 전략적 관심에서 나온 것이지 않나 싶다. '억누를 수 없는 코뮤니스트의 기쁨'이라는 [제국]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 테제는 그래서 비판을 받아 마땅하지만 폐기될 수는 없는 것이다.
발췌하고 정리하여 좀 더 긴 서평을 써 봐야 할 책.- Noma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