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대한민국 2 - 박노자 교수가 말하는 '주식회사 대한민국'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난 아직도 '당신들의 대한민국' 에서 읽은 내용 두가지를 기억한다.

박노자가 지하철에 탔을 때 어떤 대학생이 자기에게 왔다고 한다. 그는 영어로 더듬더듬 거리며 자기와 친구하자고 했다. 아마 금발머리와 푸른 눈을 보고 박노자를 미국인으로 생각한 것 같다. 박노자는 자신은 러시아 사람이라고 말하자 그 대학생은 실망한 얼굴을 하고 떠났다고 한다. 박노자는 자신에게 쓸모있는 사람만을 친구로 여기는 저 대학생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또다른 내용. 어느날 박노자는 진보로 유명한 어느 대학교수 집에 갔다. 같이 밥을 먹고 교수의 환대에 고마운 박노자는 보답으로 설겆이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교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괜찮다고 하면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5분만에 어떤 대학원생이 와서 그곳에 쌓인 설겆이를 했다고 한다. 이 모습을 박노자는 또 충격을 받아--;; 그날 잠을 못잤다고 한다.

북한의 춘향전을 보고 한국이란 나라에 매혹당한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는 20세 초반에 우리나라에 왔다. 고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경희대학교에서 러시아어 강사로 활동한 티호노프는 선배들과 교수들에게 군대처럼 꼬박꼬박 인사하는 대학생, 교수의 부당한 명령에 찍소리하지 못하는 대학원생, 차별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는 90년대 중반에 한국인 여자와 결혼을 했고 박노자란 이름으로 귀화신청을 해서 완전한 한국인이 되었다. 그는 노르웨이로 가서 한국학 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고민과 생각이 그대로 녹아든 첫번째 책이 바로 '당신들의 대한민국 1'이란 책이다.

금발의 푸른 눈을 지닌 러시아 출신 학자가 쓴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을 다른 눈으로 보게 해주었다. 홍세화씨는 우리나라가 박노자같은 사람을 지니게 된 건 참으로 행운이라고 했다. 나도 박노자의 책을 읽고 많은 것을 생각했다. 난 박노자가 쓴 다른 책도 읽었다. 교수와 노동자가 같은 임금을 받고 사람들 관계에 위아래가 없는 노르웨이에 대해 쓴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도 읽었고 약육강식과 사회진화론이 활개를 친 한국 근대의 풍경을 그린 "나를 배반한 역사"도 읽었다. 박노자의 글은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 책 "당신들의 대한민국 2"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박노자씨가 한겨레21이나 인물과 사상 같은 데서 쓴 글들을 함께 모아서 정리한 책이다. 한류열풍으로 아시아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드높아지고 삼성과 LG는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거대기업이 되었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더 많아졌고 외국인 노동자 문제도 더 불거졌다. 사회 전체는 성공이란 환상의 신화로 치달아가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은 그 신화에 가려졌다. 박노자는 그 특유한 필채와 유식함으로 이 사회의 숨겨진 면을 거침없이 밝혔다. 그의 책을 읽으면 사회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된다. 추천한다.

안타까운 것은....1권에 나온 문제들이 아무것도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2권으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2권은 1권이 나온지 4년만에 나왔는데...그 4년동안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는게 좀 서글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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