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산에서 본 책 읽는 여자

책읽는 여자를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일년 전에 친구와 같이 서울 어느 산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우리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잠시 어느 정자 비슷하게 생긴 곳에 쉬었다. 그 곳에는 한 여자가 책을 읽고 있었다. 하늘은 파랗고 나무와 풀은 막 자라나려 하고 책읽는 여자의 머릿결은 바람에 흩날렸다. 여자는 책에 빠졌는지 우리를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정말 그림같았다. 얼굴은 그다지 이쁜 것 같지 않았지만 그 주위에 알 수 없는 도도함이 흘렀다. 나는 말을 걸고 싶었지만 그  도도함에 눌려 물끄러미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친구는 쉬었으니 떠나자고 하고 난 아쉬운 마음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 여자를 본 후 내 마음속 한켠에는 책 읽는 여자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나만이 책 읽는 여자에게 이런 도도함을 느낀 것 같지 않다. 중세와 근대 화가들도 차마 말을 못하지만 이런 여자에게 무언가를 느꼈을 것이다. 그들은 책읽는 여자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이런 책읽는 여자를 그린 그림을 설명한 책이다. 이 책은 그림과 같이 시대에 따라 책읽는 여자들을 바라보는 관점도 이야기한다.

 

 

책 읽는 여자를 탄압하라

그런데 어째서 책 제목이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인가? 그건 바로 여자들의 책읽기가 가정과 사회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예의바르게 자신을 접근하기 힘든 사람으로 만든다. 또 자신만의 자유로운 공간과 독립적인 자존심을 얻게 하고 사회를 비판하는 눈을 가지게 한다. 비판하는 눈을 지닌 사람은 위험하다. 특히 그 사람이 여자라면 더욱 그렇다.

남자들은 이런 여자에게 공포를 느꼈다. 남성이 만들어낸 사회를 벗어나려는 여자는 탄압해야 한다. 그래서 별 희안한 까닭을 들어 책읽는 여자를 억눌렀다.

중세시대에는 여자의 독서를 여자의 천성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보았다. 이 시대는 선악과를 따먹은 이브의 호기심이 인류를 원죄로 몰아넣었다고 생각한 시대였다. 따라서 여자가 책을 읽는 행위는 호기심을 일으키는 짓이므로 비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대도 마찬가지다. 계몽주의자들은 여자들이 책을 읽으면 허구세계에 빠져들게 되고 현실감을 잊어버리게 되어서 자신과 가족의 안전이 파탄에 빠지게 된다고 생각했다. 즉 여자에게 책은 잠재된 위험이다. 따라서 이건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한다. 단적인 예로 종교재판의 장작더미 위에는 여자와 책이 같이 불살려졌다. 1791년 교육이론가 칼 바우어는 책을 읽으면 가래가 들끓고 가스가 차서 변비가 생기게 되며 특히 여자같은 경우 생식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래서 여자들은 책을  몰래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시대 책읽는 여자 그림의 배경이 창고나 다락방, 거실같은 곳이라는 점은 이걸 잘 말해준다. 여자가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건 고작 4-50년밖에 안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남자보다 여자가 책을 더 많이 읽는다(내가 봐도 그런 것 같다).

 

 

책를 읽는 여자와 남자

난 이 독서평론에서 주로 사회가 책읽는 여자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이야기했지만 정작 이 책 내용은 80%가 그림설명이다. 솔직히 난 미학에 관심이 없어서 그림설명을 하는 부분은 좀 지루하게 읽었다. 이 책을 사려는 사람은 이걸 생각하길 바란다. 

이책 마지막에는 엘케 타이헨라이리라는 자유기고가가 쓴 글이 나오는데 여기에 "여자는 책을 읽는 남자를 사랑한다" "남자는 책을 읽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나온다. 후자는 맞다. 남자는 여자가 쓸때없이 많이 아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똑똑한 여자는 남자를 무시하는 습성이 있다고 남자들은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여자가 책을 읽고 똑똑해지는 걸 남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자는 맞을까?

 

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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