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철학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프랑크 볼피 엮음, 정초일 옮김 / 푸른숲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행복에 관한 미완성 작품을 프랑크 볼피라는 사람이 다시 짜맞추어서 만든 책이다.

쇼펜하우어가 쓴 대표적인 철학책은 그가 30세에 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다. 이 책을 읽고 니체는 부들부들 떨었고 바그너는 바로 쇼펜하우어 애독자가 되었다. 또 이 책은 현상학이나 실존주의에 강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책을 낼 때에는 출판사가 받아주지 않아서 쇼펜하우어는 자기의 돈으로 책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쇼펜하우어를 유명하게 한 책은 말년에 인생에 대해 쓴 "여록과 보유"란 수필집이다. 비록 우리나라에는 이 책을 완전번역한 책이 없지만(이 책 원본은 1300페이지정도 된다. 우리나라 판은 원본의 1/3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판이 나와 있다. 난 집문당에서 최민홍씨가 번역한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을 읽었는데 정말 소름이 끼쳤다. 비록 내 지적수준이 떨어지는 바람에 50%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가 말하는 인생에 대한 성찰은 내 가치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쇼펜하우어는 죽기 전에 조그마한 책으로 자신의 행복론을 정리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구상을 하고 준비도 하다가 그만 쓰지 못하고 1860년에 죽었다. 이 책은 후대 사람이 쇼펜하우어의 구상에 맞추어 그가 쓰려고 한 책을 다시 복원한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행복을 무엇이라고 생각했는가? 그는 행복이란 이룰 수 없는 환영으로 보았다.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일은 모두 실패한다. 왜냐하면 행복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가 행복을 위해 어떤 목적을 달성해도 남은 건 공허일 뿐이다. 인생은 고통과 권태의 반복일 뿐이다.

그렇다면 삶 자체는 절대적으로 불행한 것인가? 아니다. 절대적인 행복은 얻을 수 없지만 절대적인 불행은 막을 수 있다. 우리는 행복을 얻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불행을 막도록 노력해야 한다. 불행이 없는 상태야 말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살려고 하지 말고 불행하지 않기 위해 살아야 한다. "현자는 쾌락이 아니라 고통없는 상태를 추구한다-아리스토텔레스" 이 책은 이 내용을 바탕으로 삶의 원책 50가지를 짤막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난 쇼펜하우어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 인생 25년을 되돌아보면 행복한 순간보다 불행한 순간이 훨씬 많았다.  여성학자 박혜란씨는 "나이듦에 대하여"란 책에서 자신이 삶아온 인생을 잠깐의 기쁨과 오랜 고통이 되풀이된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쇼펜하우어 철학의 알맹이가 깔끔하게 들어있다. 그다지 쉬운 편은 아니지만(어떤 부분은 단 5페이지에 불과하지만 25분동안 읽어야 했다) 읽으면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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