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사회의 일상문화코드
박재환 외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학은 간단히 말해서 사회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이 사회학이 생각보다 꽤 어렵다. 난 예전에 사회학 이론 수업을 듣고 그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정말 어려웠다. 특히 고전사회학자인 막스베버나 뒤르켐 이론들은 너무나 난해했다. 물론 그 이론들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단지 일본에서 멋대로 들여온 단어들과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어 번역투가 사회학이란 학문을 터무니없이 어렵게 만드는 원인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사회학은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이었다. 우리의 현실은 이모양 이꼬라지이지만 사회학은 늘 선진국의 최신 이론들을 받아들여 우리보다 한 20년 이상 앞서나갔다. 이론과 현실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론은 현실에 절대로 도움을 줄 수 없다.  부산대학교 박재환 교수는 이런 상황을 고쳐보고자 우리의 생활과 사회학을 만나게 하려고 그의 제자들과 함께 10년전부터 노력을 해왔다. 이 책은 일상생활의 사회학과 술의 사회학과 함께 현실과 학문을 만나게 하려는 부산대학 사회학팀의 세번째 열매다.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읽어본 사회학 서적중에서 가장 쉽다. 문장도 깔끔하고 단어들도 어렵지 않다. 마치 신문을 읽는 듯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놀랄만한 사실은 이 책이 재미있다는 점이다! 정말이다! 사회학책이 이렇게 재미있을줄은 몰랐다! 이 책을 읽으면 사회학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우리사회의 현실을 알면 알수록 나는 지적쾌락에 휩싸여갔다.

 

그러나 지적쾌락은 둘째치고 책 자체는 매우 암울하다. 일등품 육아를 기르는 사회, 학원때문에 시간이 없는 아이들, 취업관문으로 전략해버린 대학들, 자아실현은 둘째치고 취직에만 목매는 수많은 이태백들,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무한경쟁, 절대로 평등하지 못한 죽음을 보면서 난 정말 이게 내가 살아가야 하는 사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사회학이 현실문제를 풀려는 학문이라지만 이 책에 나와있는 우리현실은 정말 암담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근거없는 희망보다 해결을 찾는 차가운 눈이 우리에게 훨씬 도움이 되는 법이다. 난 이 책을 매우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다. 이 책은 정말 훌륭하다. 전체 16파트중에서 쓸모없는 것이 없다. 특히 박재환 교수가 쓴 한국사회의 일상원리는 정말 압권이다. 단 돈의 매트릭스 부분만큼은 저자가 다른 자료들을 대충 배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쨌든 잘 읽었다. 부산대학교 일상생활팀의 또다른 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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