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신드롬
제임스 트위첼 지음, 최기철 옮김 / 미래의창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나랑 개인적으로 상당히 친한 고등학교 여자후배가 있다. 상당히 씩씩하고 자기앞가림을 잘 한다. 그리고 영리하다. 그런데 그 여자애는 명품을 좋아한다. 보통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다. 명품 뿐만 아니라 어떤 아름답고 화려한, 반짝이는 것을 좋아한다.

명품...이 말을 들을때 나는 순간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호화사치품, 질투심을 가장한 부러움, 여자들의 낭비등등...나 역시 그 애가 명품을 선망하는 말을 할 때마다 이런 생각들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른다.

물론 그 여자애를 나의 기준으로 비난 할 수 있다. 하지만 별로 비난하고 싶지 않다. 상당히 친한 것도 있지만 그애는 나의 최초의 제자이자 마지막 제자라는 독특한 관계가 있다. 단지 왜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지 이해를 하고 싶었다. 더욱 깊게 들어가면 그 애를 좀 더 알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샀다. 여기까지가 내가 이 책을 산 이유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이해함으로써 나의 목적은 달성되었다. 그 애과 왜 이런 명품을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냈다. 더불어 이 사회가 왜 명품의 광기에 휩싸이는지 그 이유도 알아냈다. 나의 깨닮음으로 이 책의 서평을 대신하겠다.

산업혁명이전의 사회는 계급의 사회다. 신분과 종교로 인한 전속적인 계급으로 사람이 구분되었다. 하지만 종교혁명, 산업혁명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물론 지금도 그 위상은 어느정도 유지하고 있지만 기존의 계급은 예전과는 달리 그 위상이 엄청 쇠퇴했다. 그런데 사람은 서로 등급을 나누고 서로 차별하고 싶은 본성이 있다. 이런 본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이 계급을 대체한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무엇을 소비하나이다. 즉 소비의 특성이 계급을 대체한 것이다.

현대의 사회는 무엇을 소비하나에 따라서 사람의 위상이 결정된다. 비싸고 화려한 물건을 사는 사람은 그것보다 덜 비싼 물건을 사는 사람보다 더 우월한 감정을 느낀다. 이 감정이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광범위하게 펴지다 보니 소비가 계급을 대체한 것이다. 그랜저를 사는 사람과 티코를 사는 사람의 위상을 비교하면 쉽게 이해가 될 듯 하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다보니 사람이 물건을 결정하는 것보다 물건이 사람을 결정하는, 즉 물건의 이미지가 개인의 이미지로 전환되는 상품의 인격화현상이 발생했다. 이 현상은 1980년대 부터 발생했다고 한다. 즉 그 물건의 이미지, 그 물건의 이야기, 그 물건의 분위기로 인해서 물건을 소유한 사람의 정체성이 결정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프리티우먼(귀여운여인)을 보았는가? 창녀에서 사업가의 연인으로 변하는 과정이 무엇이었는가? 명품을 가짐으로써,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명품의 이미지를 소유함으로써 창녀, 즉 줄리아로버츠의 인격이 변한 것이다.

이런 현상을 사업가들은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평범한 물건에 호화롭고 신성한 이미지를 광고라는 수단을 통해서 물건에 끊임없이 부여했다. 그 물건에 화려한, 신성한 이미지를 부여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명품사업가들은 "이 물건을 구입한 사람은 우리가 이 물건에 부여한 이미지의 사람이 된다"는 환상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환상은 사회적으로 통용되었다.

즉 그 명품을 내가 가짐으로써 명품과 나는 하나가 되고 명품의 이미지는 나의 이미지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자신의 계급, 등급을 올려준다.

나야 워낙 나만의 개인적인 공간에서 살아서 이런 현상을 모르지만 활달한 내 후배는 이런 사회현상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 후배는 이런 물건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이 물건을 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잘 안 것이다. 즉 이 명품들을 소유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좀 더 높게 보일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임을 감각적으로 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내 후배는 명품을 상당히 선호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을 소유함으로써 자기만족, 즉 나는 이 명품의 이미지가 되었다는, 다시말해서 기존의 지위보다 좀 더 높은 무언가가 되었다는 자기만족도 덤으로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내 후배는 명품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즉 내 후배는 자신만의 냉철하고 합리적인 계산을 바탕으로 이런 물건들에 열광하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나의 깨닮음이다.




쓰고나니 갑자기 이런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혹시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던 것을 내가 자랑스럽게 설명한 것이었나...설마 이 내용은 글을 읽은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이었나?



아니었으면 좋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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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투 2005-09-28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명품을 단지 디자인이나 품질(질기다던지, 부드럽다던지...)로만 사는 사람은 없겠죠? 품질은 굳이 명품이 아니라도 늘려있으니깐요... 누구나 짐작하는 내용이긴 하겠지만, 님처럼 예를 들거나 조목조목 정리하신 분은 없겠죠^^*
유익하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