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선생님. 저 성헌이 입니다. 잘 계시는지요?
제가 선생님을 잘 모르고 있을때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솔직히 아무런 느낌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에는 선생님을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쓰신 이 책을 보니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왜이렇게 슬픈지 모르겠네요.
전 저세상이라는 걸 믿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혼이라는 것도 믿지 않조. 더불어 윤회와 환생이라는 것도 믿지 않습니다. 사람이 죽어서 썩어 문들어지면 그걸로 끝이지 더 무었이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윤회, 환생이라는 개념 역시 지배층들이 오래전 자신들의 권력행사를 정당화할 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영혼이 제 편지를 받아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선생님께서 쓰신 책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전 선생님 책을 읽고 나서 글을 어떻게 잘 써야 하는 걸 넘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배웠습니다.
맞습니다. 이 세상은 허위와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진실을 추구하고 정식과 상식을 바라본다는 건 미친 짓입니다. 우리가 하는 공부,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 우리가 바라는 일, 그밖에 우리가 하는 대부분 것들이 거짓되고 위선적인 짓거리입니다.
남들을 짖밟기 위해서 공부하고, 사람들을 저 죽은 돼지처럼 등급매김을 당하고 판단받기 위해 학벌을 쟁취해야 하며,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 사치하며, 자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거짓최면을 자신에게 걸기위해 가짜인간관계를 맺는 지금의 현실에서 바람직한 사회를 위한 진정한 글쓰기를 추구하신 선생님의 노력은 이 연옥의 세계에 불어오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같습니다. 뼈속까지 시원하네요.
저 가증스런 xx인들은 거짓된 문장과 엉터리 글쓰기와 가증스런 이념으로 우리를 속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쓰레기 글을 읽고 쓰레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이 나라에서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와 행동의 자유가 없습니다. 어느 잡지를 보니 어떤 개새끼씨발교수가 선생님이 초등학교밖에 안나왔다는 비아냥을 논문에 썼다고 나왔더군요. 이 나라의 학벌앨리트층이 얼마나 가증스럽고 위선적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닐까요? 과연 그 개자식은 선생님 책을 제대로 읽어보기나 했을까요? 박정희 딸이 당수가 되어서 이 나라를 도륙하려는 지금 상황에서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건 오직 새일러문만 해야 하는 일일까요?
항상 쉽게 써라, 자신이 말하는 데로 써라, 순수해라, 거짓없이 솔직하게 써라, 말장난을 하지 말라라는 선생님의 가르침은 이 혼탁하고 더러운 세상에 묻혀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미 지저분하니까요. 저 역시 남들에게 무시받지 않고 남들이 날 대단히 봐주길 바라기 위해 공부하며 자연을 무참히 밟아버린 문명사회의 이기를 마음껏 누리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이 대한민국에서 마음껏 권력을 누리고 싶어하고 위선적인 존경도 받고 싶습니다. 하하...웃깁니다. 제가 봐도 전 졸라 웃긴 인간입니다.
그래도...전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삶을 살고 싶습니다. 진정한 글쓰기를 통해 솔직하게 진실을 추구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 길이 외롭고 남들이 무시하고 비웃는 길이라도......그래서 항상 선생님께서 쓰신 책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하지 않은 날이 더 많습니다만...
전 불완전합니다. 전 약하고 소심합니다. 그래도 전 내면적으로 강해지길 원합니다. 항상 제가 가는 길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이시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