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메의 시간
유미리 외 지음, 이초희 옮김 / 누림 / 1998년 2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있어서 학교란 어떤 곳일까? 그리고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늘 벌어지고 있는 왕따, 이지메, 괴롭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괴롭힘을 받고(왕따란 느낌을 받고) 괴롭힘에서 벗어나는 것을 감동하고 남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즐기는(왕따를 보고 즐거워 하는) 우리들은 영원히 먹고 먹히는 관계를 순환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보기에는 한국 사람들은 저런 상황을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차별을 사회를 움직이는 힘으로 삼는 이 나라에서 누군가가 소외받고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사람들은 불쌍한 일이긴 하지만 주의깊게 볼 만한 일은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많은 학생들은 왕따를 '당해도 싼 아이''그 애가 좌초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에게 느껴지는 사소한 가책을 저런 간단한 몇마디의 말로 무마한다. 자기를 정당화한다. 그리고 나이가 지나면 그런 일들은 고등학교때에 흔한 일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넘어간다.

우리는 항상 학벌차별, 지역차별, 기타 일상화한 모든 괴롭힘과 차별을 일단 덮어둔다. 그리고 표면적으로는 매우 편안하게 지낸다. 속으로는 곪아서 썩을대로 모두 썩었는데도 겉으로는 매우 편안하게 지낸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누가 이런 분위기를 깨트린다면...그 사람은 '열등감을 느끼는 병신''시끄럽게 떠든다''지만 참냐''주제파악할 줄을 몰라''아직 이 사회를 잘 모르는군'등등 이런 이유로 그 사람은 완전히 묵사발된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중간이 최고, 조용히 있는 것이 상책, 남들 하는 대로 따라해야 한다 라는 처세술을 익힌다.

서론이 너무 긴 것 같다. 이 책은 유미리를 포함한 6명의 저명한 일본 작가들이 이지메에 관해서 쓴 단편모음집이다. 작가들은 이지매가 벌어지고 있는 학교를 심리적으로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의 입장에서, 그것을 처다보는 다른 아저씨 입장에서, 선생의 입장에서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지매를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심리묘사가 너무나 탁월하다. 피해자의 입장부터 그것을 바라보는 제3자의 입장까지...6명의 작가가 모두 여자라서 그런지 벌어지는 사건에 관한 주인공의 내면 모습을 여성작가 특유의 감성표현으로 너무나 잘 묘사했다. 정말 내가 오싹할 정도로...소름이 끼칠 정도로......

재미있다. 이 소설은 확실히 재미있다. 하지만 뭐랄까...많이 아쉽다. 이 소설은 일본에서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닌 것 같다. 난 이 책을 2주전에 샀다. 그리고 발행년도를 보니 1998년 1판 발행......거의 팔리지 않은 것 같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차별과 괴롭힘이 일상화한 한국에서 이지매(왕따)를 그저 고등학교때에 벌어진 특별한 사건이라는 생각이 강해서일까......일본보다 심하지 않다라고 스스로 위안하는 우리들의 자조때문일까...

내가 아쉬운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이 소설은 일본 현실을 다루고 있다. 우리의 현실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과 다른 상황을 소설로 묘사했기 때문에 재미있긴 하지만 현장감이 떨어진다.

뭐 이건 흠이 아니다. 일본현실에 대한 소설이니 대한민국에 사는 23살 대학생에게는 재미만 와닿은 것일지도......

하지만 산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재미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준다. 가장 큰 것은......우리는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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