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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발전소 - 철학자에게 배우는 논리의 모든 것
옌스 죈트겐 지음, 도복선 옮김, 유헌식 감수 / 북로드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서점에 가면 논리나 철학을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책이 많다. 그리고 이런 책들은 논리의 대중화, 철학의 대중화, 논술시험 준비라는 이름으로 꽤 잘 팔리는 것 같다. 하지만 과연 이 책들은 진정으로 철학과 논리를 가르쳐 주는가?
이 책은 철학자의 사상과 논리를 가르쳐 줌으로서 우리에게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한다고 하는 책이다. 그리고 단편적인 생각의 기술들(정의, 비유, 예시, 사고실험)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예제로 삼아 이야기한다. 글쓴이는 옌스 죈트겐이란 독일 사람으로 대학에서 수사학과 철학을 강의했고 청소년 철학서들을 몇 권 쓴 사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리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참 재미있다. 어려운 논리나 사상보다 재미있는 사례와 사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괴테가 관상학에 빠진 이야기, 68혁명때 여학생3명이 혁명에 반대하는 모 철학자의 얼굴을 젖가슴으로 뭉개는 사건, 쇼펜하우어가 개를 끔찍이 사랑한 일 따위 말이다. 게다가 위트 있는 문장과 재미있는 그림도 책을 쉽게 읽히게 한다.
하지만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해서 어떤 깨달음이나 지식을 얻었다고는 할 수 있을까? 난 이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재미있는 몇몇 이야기만 생각날 뿐 논리와 관련된 지식과 주장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또 이런 능력과 관련된 감각도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즉 저자가 말하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이 책의 목적은 나에게는 실패한 셈이다.
물론 나에게 실패했다고 이 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하지만 목차는 난삽하고, 내용은 체계적이지 않으며, 지식보다 웃긴 내용이 더 많아 오히려 웃긴 내용이 주가 되어버린 이 책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 히틀러를 찬양하는 사람들을 지루한 세상을 도발하는 모범사례로 이야기하고, 나치를 비판한 지식인들을 은근히 비판하는 내용은 좀 거슬렸다. 글쓴이는 독일에서도 매우 우익쪽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재미있다. 단지 이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