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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코레아니쿠스 - 미학자 진중권의 한국인 낯설게 읽기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1.
진중권씨가 독일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 일이다. 남자형제 2명과 어머니가 지하철을 탔다. 빈자리가 있어서 동생이 앉았다. 형이 막 비집고 앉으려고 하니까 어머니가 “안돼!” 라고 말하고 “왜냐하면 한 자리에 두 사람이 않을 수 없으니까”라고 말한다. 그 아이들은 바로 수긍한다.
이것은 독일의 합리주의를 잘 보여준다. 독일에서는 나이에 따른 서열이 없다. 그리고 원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말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댄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말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한국이라면 어떨까? 만약에 동생이 먼저 앉고 형이 앉으려고 한다면 부모는 동생에게 “형에게 양보해라”라고 말할 것이다. 그럼 동생은 때를 쓸 것이고 여기에 지친 어머니는 “네가 형이니 좀 비켜줘라”라고 말할 것이다. 결국 두 학생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부모를 더욱 자극할 것이다. 이런 습관은 결국 한국인의 문제해결 방식중 하나인 자극의 양을 남들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극대화하라를 알게 해준다.
2.
독일에서 공부하는 진중권씨에게 몇몇 학부모가 자기 자녀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진중권씨는 수준 높고 품위 있는 우리말을 가르쳐 주기 위해 시와 소설을 들려주고 토론을 하고 에세이도 쓰게 했다. 그런데 어떤 학부모가 참고서를 왕창 싸들고 한국에서는 지금 이렇게 공부를 하고 있으니 이 책으로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어쩔 수 없이 진중권씨는 하는 공부를 멈추고 진도나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교육은 살아남기 위해 하는 것이다. 우리는 생존공포에 지배당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회적 안전망의 거의 없어서 한번 실패하면 살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이건 서민층이 심하다. 상류층은 1등이 되기 위해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서민층은 낙오되지 않기 위해 아이를 공부시킨다. 이런 공포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판단이 마비되어서 초등학생 자식들을 끝없이 과외를 시키고 영어를 잘 하게 해주겠다고 혀를 짼다. 그리고 늘 두렵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과 같아지기를 원한다. 이렇게 되어 한국사회는 점점 획일화되고 있다.
3.
‘빈센트 엔 코’라는 시계 브랜드가 있다. 영국 황실에서 100년 동안 납품한 명품 중에 명품이라고 알려진 시계로 강남 매장에 나오게 될 때 유명 연예인들이 협찬을 하고 시계는 5000천만원 넘게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빈센트 엔 코라는 브랜드는 있지도 않았다. 그리고 시계는 5~8만원밖에 안하는 중국산 짝퉁 시계였다. 즉 한마디로 엄청난 사기가 벌어진 것이다.
주한유럽연합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최대 짝퉁수출국과 동시에 최대 짝퉁소비국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나라는 명품이 많이 팔리는 것일까.
명품이란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명품은 대중을 배제하는 전략을 취한다. 즉 명품은 비싸야 잘 팔린다. 하지만 지위과시는 엘리트들만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하고 싶다. 엘리트들이 명품소비로 계층의 선을 긋는다면 대중들은 짝퉁으로 그 선을 부지런히 지우려고 한다. 즉 짝퉁은 상류층에 속하고 싶은 대중적 욕망의 허구적 실현이다.
미학자 진중권씨가 쓴 이 책 호모 코레아니쿠스는 한국인들의 삶과 생각(습속)을 연구한 책이다. 진중권씨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독일과 한국을 견주어보고 여러 사회이론들을 훑어보며 한국사회를 찬찬히 분석하고 있다. 어렵지 않아서 쉽게 읽히고 어떤 부분은 진중권씨의 유머 덕분에 좀 웃기도 한다.
이 책은 한국을 그렇게 비판하지도 않고 무조건 옹호하지도 않는다. 찬찬히 한국 사회를 살펴보고 싶으면 이 책이 좋을 듯하다. 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