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몬스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김경이란 패션지' 바자' 기자(차장)가 패션과 유행과 남녀에 대해서 한겨레21에서 연재하던 글을 정리해서 펴낸 책이다. 작가의 이름은 원래 김경숙인데 물(水)이 들어간 이름이 싫다고 해서 김경이라고 불리기를 원한다.


나는 ‘글쓰기의 힘’이란 책에서 김경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를 조언하는 책인데 김경도 필자로 들어가 있었다. 난 발랄하고 솔직한 그의 글 스타일에 반해버렸다. 그래서 이 책을 샀다.

짧은 단편들이 여러 개 모인 것이어서 어찌 보면 좀 두서없어 보이지만 아주 재미있다. 이 책에는 코코 샤넬이 명품을 만드는 까닭, 모든 여자가 가지고 싶어 하는 1400만원짜리 핸드백, 60세 유명 디자이너가 18세 모델을 침대로 유혹한 이야기, 여운이 남는 청담동 카페 같은 이야기가 많은데 이런 내용을 읽으면 ‘아......이런 세계도 있구나’하고 놀라게 된다.

그리고 글쓴이는 자신의 생각을 아주 솔직하고 발랄하게 이야기한다. 자기는 도시의 공해인 노처녀로 있기 싫다며 공개구혼을 하는 글도 적었는데 자기는 바람을 피울 여지가 많기 때문에 각오하라고 한다. 또 패션지 기자들은 노처녀 비율이 높은데다가 30대가 다 돼가도 섹스를 안 해본 사람이 꽤 많다고 한다. 좀 뜻밖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명품이나 패션에 관한 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타일은 자기만의 고유한 멋을 내는 것이어서 오히려 진정한 스타일리스트들은 명품으로 치장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외국에서 굶주린 아이들을 도와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자기 같은 속물도 이런 가식 떠는 것을 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도 들어 있다.

남자에 대한 충고도 들어 있다. 여자는 단지 조금만 더 예쁘고 좀 더 사랑받기만을 원하는 가련한 존재라는 것, 따라서 여자가 예쁘게 꾸미면 그냥 칭찬해 달라고 한다. 돈도 안 드는데 뭘 망설이냐고 말이다. 그리고 여자에게 구두란 남자들에게 술과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의미 있는 것이므로 여자에게 환심을 살려면 구두에 관심을 보이는 게 좋다는 말도 한다. 또 꽃을 사줄 때 그냥 주지 말고 제발 안목좀 기르고 사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내가 모르는 패션 세계에 대해서 눈이 뜨이게 된다. 물론 눈이 조금 뜨인 것으로 그 세계를 다 알 수는 없다. 어쨌든 청담동과 명품과 화려한 패션세계에 대해서 알고 싶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말하는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김경은 이 책을 쓰고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라는 인터뷰 집을 냈는데 이 책도 아주 재미있다고 한다. 사고 싶다.

 


덧-한겨레 21에서 연재한 내용과 몇몇 부분이 틀리다. 한겨레21에서는 글쓴이가 트랜스젠더가 일하는 카페에 들어갔던 내용도 있었는데 이 책에는 빠졌다. 그리고 낸시랭에 대해서 혹독하게 비판했는데 이 책에는 아주 순화해서 들어가 있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이 책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겨레21에 없는 후기 내용도 있는데 이게 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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