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한국사 - 상 - 단군에서 고려까지
남경태 지음 / 그린비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지금 서점에는 한국사를 다룬 책이 무척 많다.  종횡무진 한국사가 저런 책들과 다른 점은 2가지가 있다. 첫째, 대부분 역사대중서들은 지나치게 가볍고 대부분 교과서는 지나치게 딱딱하다. 이 책은 둘 사이의 중간에 자리잡았으며 교과서처럼 통사를 다루지만 대중서처럼 쉽고 재미있다.

둘째, 이 책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사 상식들을 여러모로 비판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발해와 고구려는 거의 관련이 없다고?

우리는 보통 삼국시대라 말하면서 고구려와 백제, 신라를 비슷하게 여긴다. 하지만 고구려가 훨씬 쌨고 그 다음이 백제였으며 신라는 기껏해여 500년 즈음에야 나라꼴이 갖춰진, 가야와 엇비슷한 부족국가였다. 우리가 신라를 나머지 나라와 같게 여기는 까닭은 삼국사기 때문이다.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은 유교사관을 바탕으로 신라를 아주 과대포장하고 중국에 대항한 고구려를 깎아내렸으며 백제의 역사를 무시했는데 이것 때문에 신라의 위상은 실제보다 훨씬 높아졌다.

발해와 고구려는 거의 관련이 없다. 고구려는 요동지역과 한반도 북서부를 지배했는데 발해는 이 땅을 거의 다스리지 못했다. 게다가 발해의 주민들은 만주 민족들이 대부분이었다. 즉 영토와 국민이 고구려와 전혀 다르므로 발해가 고구려를 이어받았다는 말은 무리가 있다. 그리고 발해는 철저하게 중국에 사대했다. 발해왕은 당나라에 서신을 보낼 때 자신을 국왕이 아니라 군왕, 즉 발해군왕으로 표시했다(신라왕은 자신을 신라국왕으로 표시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는 발해를 고구려의 후예라고 알고 있을까? 그 까닭은 발해가 대외서신에서 고구려를 이어받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발해가 이렇게 말한 까닭은 전통성이 약한 신생국이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옛날의 강국을 이어받았다고 공표하는 그 시대의 유행(?) 때문이지 진정으로 고구려를 이어받으려는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다. 이런 유행은 나중에 후백제와 후고구려로 다시 드러나게 된다.


운 좋은 왕건, 존재하지 않는 몽고항쟁

왕건은 완벽한 러키보이로써 어떤 힘도 들이지 않고 고려를 세웠다. 그 당시 후고구려는 후백제와 신라를 압도적으로 누르는 실력을 지녔다. 궁예는 마음속으로 통일을 생각했다. 그래서 궁궐을 만들고 신라 임금에게 공작을 하고 앞날을 위해 행정체계를 만들었다. 이런 궁예의 모든 노력을 왕건은 이용만 했을 뿐이다. 약해진 신라는 왕건에게 나라를 바쳤다. 후백제는 내부분란으로 싸우지도 않고 후고구려에게 종속당했다. 즉 왕건은 피를 흘리지 않고 졸지에 고려를 세웠다. 우리가 생각한 만큼 왕건은 대단한 인물이 아니다.

최우가 몽고항쟁 때 수도를 강화도로 옮긴 까닭은 오랫동안 몽고와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직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최우 세력은 쿠데타로 나라를 세운 군바리들이다. 고려가 몽고에 항복하면 왕권은 복고되고 그들은 물러날 수 밖에 없다. 이걸 두려워한 최우는 정권연장을 위해 수도를 강화도로 옮겼고 당연히 싸우지 않았다(싸우면 당연히 지기 때문). 만약에 고려가 일찍 항복하고 나라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우리나라는 비참하게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숨겨진 역사

이 책은 이것 말고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나온다. 우리의 시조 단군은 중국 사람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 옛날 삼국시대에 일본이란 나라는 아예 없었다는 것(100여개의 지방정권만이 있었을 뿐, 따라서 그 당시 일본의 약탈을 우리 시대의 상식으로 받아들이면 안됨), 몽고가 점령하고 난 후 고려왕들은 한결같이 왕위를 물려받기 싫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미루려고 했다는 내용들이 나온다.

이 책은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상식들을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무척 황당하면서도 정말 맞는 말인이 의심이 든다. 하지만 대부분 맞는 말 같다.

정통 한국사의 숨겨진 역사를 알려는 사람에게 이 책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난 1권만 읽었는데 곧 2권도 읽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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