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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간단히 말해서 일본 연상연하 불륜연애소설이다. 그것도 나이가 20살 차이가 나는 사람들끼리 하는 연애를 보여준다. 하지만 글 분위기는 마치 첫사랑의 두근거림같은 분위기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이 소설에는 시후미와 토호루, 키미코와 코우지 라는 두 커플이 나온다. 이 커플들의 이야기는 완전히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토오루와 코우지는 친구이므로) 서로 다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점이 있다면 불륜과 20세의 나이차이일 뿐이다.
시후미와 토호루의 이야기는 참으로 감각적이다. 시후미는 매우 지적으로 생겼고 조금 부유하며 약간은 세상을 초월한 듯 한 여자다. 토호루는 얌전하고 조용하게 생겼으며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학생이다.
시후미와 토호루의 어머니는 서로 친구다. 시후미가 토호루의 집에 놀러갔을 때 시후미는 아이가 음악적으로 생겼다고 말한다. 그들은 서서히 가까워지고 토호루가 17세 되던 해부터 사귀기 시작한다.
이들은 주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한다. 시후미는 심심하다며 토호루에게 아무 이야기나 하라고 한다. 요즘 무슨 책을 읽고 무슨 음악을 듣고 있는지 물어본다. 별 대화 없는, 하지만 충분히 서로 교감하는 분위기 속에 이들은 천천히 서로에게 녹아든다. 아, 가끔 자기도 한다.
키미코와 코우지 커플은 아주 다르다. 코우지는 일부러 키미코를 노렸다. 용돈이나 선물같은 것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이든 여자는 순진하기 때문이다. 키미코는 무척 활달하다. 둘은 만나면 무조건 여관에 간다. 그리고 뜨겁고 격렬하게 섹스를 한다. 옷은 그들의 적이라고 하며 서로 깔깔 웃는다.
이들은 오직 섹스만을 위해 만나는 것 같다. 하지만 키미코는 늘 불안해한다. 느닷없이 일하고 있는 코우지에게 나오라고 말한다. 안된다고 하면 짜증을 내며 자기를 어떻게 생각 하냐고 화를 낸다. 하지만 다음에 만날 때에는 웃으면서 즐겁게 성관계를 갖는다. 그리고 또 뭔가 트집을 잡아 화를 낸다. 코우지는 점점 신물이 나기 시작한다.
시후미와 토호루는 점점 가까워진다. 이제는 모두 상대방 생각만 한다. 소설은 이 모습을 아주 몽환적이고 낭만적으로 그린다. 하지만 그래도 둘 관계는 불륜, 결국 토호루는 시후미가 일하는 카페에 직원으로 지원해서 둘 사이를 떨어질 수 없도록 만든다. 이쪽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키미코와 코우지 커플은 결국 헤어진다. 하지만 코우지는 키미코를 잊지 못해서 키미코를 만나러 가지만 차가운 키미코의 반응에 비참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예전에 사귄 아줌마의 딸이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며 코우지보고 같이 자자고 한다. 몰래 사귄 여자친구와는 헤어졌다. 코우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머리만 싸맨다. 이쪽은 배드엔딩으로 끝난다.
모처럼 읽은 소설인데 뭐랄까......무척 색다르다. 아주 감각적이어서 읽을 때 기분이 붕 뜨는 것 같다. 300페이지지만 글이 쉽게 써져 있고 또 글 흐름이 아주 빨라서 서너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다.
난 이렇게 생각한다. 시후미와 토호루 커플은 연상연하의 이상을 그린 것이고 키미코와 코우지 커플은 현실을 그린 것이라고. 나이차가 큰 연상연하 커플은 시후미쪽의 연애를 꿈꾸지만 현실은 키미코쪽 처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