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뿌리들 2 - 개념사 2
이정우 지음 / 철학아카데미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이 철학을 어려워하는 까닭 가운데 하나는 철학에서 쓰는 말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전문용어처럼 완전히 엉뚱한 말을 쓰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법학에서

 는 "위법성 조각사유" "행위반가치" "무효행위 전환"처럼 아주 낮선 말을 많이 쓴다. 하지

 만 철학에서는 덕, 지각, 이성, 관념, 실체같이 살면서 쓰는 말도 많이 쓴다.

 

 

문제는 저 말들이 삶에서 쓰는 뜻과 다르게 쓰이고 또 같은 용어도 시대와 철학자들마

 

다르게 쓰인다는 점에 있다. 플라톤이 말한 실체는 모든 것을 있게 하는 이데아를 뜻하고

 

토마스 아퀴나스의 실체는 신을 뜻한다.

 


이 책은 철학에서 자주 쓰는 개념을 설명하고 그 역사를 알려주는 책이다. 즉 어느 개념의

 

뜻을 설명하고 곧 이어 고대 그리스, 중세, 근대에서 각각 어떻게 쓰였는지를 알려준다.

 

개념의 역사를 다루는 책이지만 그 개념을 있게 한 배경과 철학사상도 같이 다루고 있으

 

므로 철학사의 역할도 한다.

 


1권에서는 실체, 원리같이 추상적인 철학용어를 다루고 2권에서는 영혼, 덕, 국가같이 실

 

천적인 철학용어를 다룬다. 즉 1권에서는 세계와 근본에 대해 다루고 2권에서는 사람과

 

그 중심에 대해 다루는 것 같다. 그래서 1권보다는 2권이 좀 더 읽기 쉽다. 하지만 1권도

 

읽다보면 적잖은 것을 깨닫게 한다.

 


모든 학문은 철학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철학에서 쓰이는 중심 개념은 모든 학

 

문에서 쓰는 개념에 바탕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에 나온 개념들은 법철학이

 

나 형법의 핵심 내용이 되기도 한다. 법학이 이렇다면 아마 다른 학문들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도 이 책을 읽어보면 자기가 공부하는 학문을 더 깊

 

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책 제목은 꽤 어려워 보이지만 이정우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과 부드러운 말투 덕분에 내

 

용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운명이란 단어 하나만을 놓

 

고 고대 그리스의 모이라(moira=운명)로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치밀한 설명에 적잖히 두근거리고 감탄하기도 한다(그리스에서 모이라는 제우스조차 어

 

쩌지 못하는, 모든 것을 능가하는 원리라고 한다).

 

 

 

 

철학을 몰라도 이 책은 그렇저렇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 1,2권 더해서 850페이지가 넘

 

고 철학의 근본개념을 다루고 있으므로 읽는데 노력과 끈기가 조금 필요할 것이다. 그렇

 

다고 우리가 철학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에 견줄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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