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무심이었겠지요.
몰랐다는 말로 다하기엔 당신이 짐졌을 아픔이 내내 시려와
그렇지 않아도 흐린 하늘에 또 한겹 회색 빛깔을 씌웠습니다.
알고 있었겠지요.
당신이 그럴거라는걸,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도
할 수 없을 만큼 그때..
난 이기적이었었겠지요.
내겐 잊혀진 그 자리에서서
잎새사라진 빈 가지를 바라며 여름내내 지녀온 추억을,
텅빈자리에 앉아서 혼자가 아니었던 그 향기를,
둘이 아닌 반쪽짜리 거리를 걷는 당신을.
나는 몰랐었습니다.
난 두려웠었고, 설레었으며, 힘겨웠었지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완전한 타인의 세계를 거니는 일들은
당신을 소홀히 하기에 충분한 변명거리가 되어 주었을 테죠.
당신이 내 추억에 기대어 눈물흘리는 동안
내 세계를 창조해가는 일들 때문에 당신의 아픔을 생각하고,
바라보며 , 고민하고 , 달래줄 여가가 없었음을..
추억의 편지함을 뒤적이다 이제야..
내 가슴에 스미는 아픔이 당신이 이미 흘렸던 그 슬픔임을
이유없다 여겼던 그 일들이 내가 몰랐을 뿐
이미 나로인해 아파한 누군가의 일이었음을
알겠습니다.
당신 잘 지내고 있겠죠?
이젠 나 따위 추억이야 그만.. 정말로 추억으로 소진해 버리고
당신을 위해 살고 있겠죠?
그러길 바래요... 진심으로 당신이 행복하길..
돌아와 메일한자락 보내지 않는 이 무심함을 무기로
추억을 잘게잘게 잘라 버리고 그 위에서서
난 한걸음 더 인생을 살았노라 여기며
무던히 행복하기를.. 바래요.
이젠 내가 당신이 보낸 그 추억을 읽으며 뒤늦은 아픔에 미안함에..
눈물흘릴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