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기하는 힘 - 노력만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기에
권귀헌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6년 6월
평점 :
포기하는 힘
<노력만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기에>
책의 표지에 쓰인 이 말을
긍정하며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조금씩 내 속에 거부감을 키워갔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것. 노력해서 성공하지 못한 것은 있어도 성공의 뒤에 노력 없는 것은 없다는 말들을 은연중 옳은 믿음으로 삼고 지내온
지난 시간이 거부감을 일으킨 것이리라. 이 책은 말한다. 노력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노력이란 타고난 불행 또는 행복과 같이 서로에게 주어진 업과 같다고. 공무원이
되려는 공시생의 경쟁, 꽤 큰 수입을 올리는 스타의 삶을 동경한 스타 후보들, 진급이나 성장을 요구받는 회사원들과 삶을 이어가기 위해 요구되는 경쟁들을 모두 레드오션을 선택한 어리석은 자들의
경쟁이라고. 그것들을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 경쟁은 타인들과의
삶에서 선택받는 곳에 도달하는 제법 그럴 듯한 방법으로 알고 살아온 내게, 그것은 어리석었으며 경쟁하는
관계의 포기를 권유하는 것은 삶의 일부분을 거부하며 가치관의 거절을 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자는 말한다. 노력하는 삶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없는 노력을 부정한다. 아마도
더 효율적일 것이다. 목적지를 알고 목표를 분명하게 정조준하며 하는 노력이란. 그러나 누가 자신의 미래를 정조준할 수 있겠는가? 누가 의심없는
분명한 미래를 예측 할 수 있는가?
신념의 문제라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 무엇이 되는 난 내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 라고 한다면. 그러나 이렇게
신념의 문제로 넘어간다면 공무원을 목표로 밤을 새우는 공/사시생들과 쉴 새 없이 마주치는 경쟁의 틈을
유영하는 노력자들의 삶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들도 모두 삶의 종착지든 기착지든 당신의 선택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니. 신념의 정의를 논하며 타인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이 없다면.
포기란, ‘해야만
하는 것을 그만두는 것’ 과 ‘하지 말아야 함을 알고 그만두는
것’을 말하는 두 가지 관점이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포기는 일반적으로 전자의 부정적인 요소에 속한다. 인내 없음, 의지박약함
따위의. 저자의 포기는 후자에
속한다. 이제 그만 보상 없는, 보답이 적은 극한경쟁에서
벗어나자고 한다. 의미 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시간을 희생하지 말자고 한다. 합리적이고 참으로 맞는 말이다. 조금 더 현실지향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다면 말이다. 이게 더 행복하고 좋은 방법이며 삶의 방향인 것은 분명하지만 방향전환을
하려면 잠시 멈추고 돌아서야 한다. 현재의 시간을 멈춰야만 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경제적 어려움, 심리적 박탈감, 때로는 소속감의 상실 마저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누구나 다 감당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을 감수 할 수 있는 혹은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삶의 방향을 꼭 바꾸어야
할 필요를 느낀 사람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마음 먹기에 따라 다르다고. 그러하다. 진정
그러하다. 저 멀리 고사의 누군가를 끌어다 이야기하지 않아도, 마음을
바꿔 인생을 전향한 부유한 이를 예를 들지 않아도. 진정한 포기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난 아직도 ‘노력’ 과 ‘이상적인 포기’ 의 관계에 대하여 이상적이라 생각하고 비 현실적이라 여기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내 편견과 가치관의 벽이 그처럼 두꺼운 것일지도.
자신의 삶이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데도 불만족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한번 들추어 볼 일이다.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