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 서문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를 내고 4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이 책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서점으로 갈 거라는 제 바람과는 달리) 대부분 읽다 말고 횟집으로 달려갔다고들 합니다. 영세한 동네 횟집과 수산물시장 영업에 약간의 도움은 되었다면 제 나름의 보람이겠습니다만, 무엇보다도 ‘그저 회나 사먹고 돌아가곤 했던’ 바다와 가까워지고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 들었을 때가 가장 즐거웠습니다.


이 책의 2부 격인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발간에 맞춰 개정판을 내겠다는 편집부의 전화를 받고 나서 지난 4년을 떠올려봤습니다. 그동안 천 번 정도 더 바닷가를 거닐고 또 삼백 번 정도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더군요. 그러니까 달라진 게 없는 거죠. 저는 이곳에서 그대로 살면서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물고기들을 계속 만나고 있으며 사람들 사연 또한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곳은 파도가 치고 바람 불고 동백과 나리꽃이 피었다가 툭툭 떨어집니다.


친근함에는 한계점이 없습니다. 바다와 사람들이 더 친해지면 좋겠습니다. 

 

2014년 여름

거문도에서 한창훈 

 

 

 

작가의 말

이제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를 시작합니다.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가 가족끼리 바다에서 놀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쓴 거라면 이번에는 '바다와 나'에 관한 것입니다. 다분히 개인적이고 술 관련 어른들 이야기라서(밥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 더 깊고, 멀리 쏘다닐 예정입니다. 어쩌면 이 책을 통해 '세상에 바다가 있는 이유'를 저도 모르게 말할지 모릅니다.
동승하시겠다면 기꺼이 환영합니다. 편하게 앉아주시고요. 술잔은 옆에 놓아두겠습니다. 일단 건배를 하죠. 풍랑에 시달리고 때론 외롭기도 하겠지만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은 보장되어 있습니다. 그럼 닻 뽑고 돛을 올리겠습니다. 자, 출항합니다.
'올 라인 네코!'

이렇게 말해놓고 문학동네 카페에 원고를 연재하던 중인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가라앉았습니다. 이 아름다운 바다에 그렇게 아름다운 아이들을 수장시켜버린 사람들을 생각할 때마다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이가 갈렸습니다. 연재를 멈추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아이들을 집단으로 죽여버린 대한민국. 제가 이 나라 국민이라는 게, 그 무능하고 책임 없는 사람들의 안정된 생활과 품위 유지를 위해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게, 바다가 무참하게 훼손당해버렸다는 게, 용서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역할은 미워해야 할 것과 미워하지 않아야 할 것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목숨과 바다를 지켜낼 수 있으니까요.

바다는 인류가 태어나기 오래전부터 스스로 있어왔습니다. 장마와 폭우가 하늘의 실수가 아니듯 바다 또한 그렇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깊고 푸르게 출렁거려야 할 곳입니다.
때문에 저는 뒤늦게라도 이 이야기를 마쳐야 했습니다.

304명의 이름, 그리고 바다에서 스러져간 이들 앞에 묵념하며

2014년 여름
거문도에서 한창훈

 

 

****

울컥, 해지는 작가의 말.

이미 연재 때 그 마음을 읽었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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