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웰즈의 죄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5
토머스 H. 쿡, 한정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줄리언에게로 내려갔어야 했다. 인생에 해피엔딩만 있다면, 친구라면 마땅히 그렇게 했을 것이다. 창문에서 내려다보다가 어스름한 불빛 속에 앉아있는 자신의 친구를 발견했다면, 그가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알아차렸을 것이다. 친구는 자신의 침대를 바라보며 당장 그 안으로 들어가 눕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부드러운 베개와 시트를 그리워했을 것이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피로감에 단잠과 꿈을 갈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다시 내려가 괴로워하는 친구를 마주 보고앉아 "얘기 좀 해봐."라고 말했을 것이다. 젊고 경험도 별로 없지만 때로는 그런 몸짓만으로도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삶이란 게 인간에게 우호적인 얼굴을 보여주도록 설계된 거라면, 이 친구는 이런 것들을 알고 행동으로 옮겼을 것이다.

 


인생이 어디 마음먹은대로 되나.. 다 지나고 나면 그때,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후회하는 게 삶이지. 『줄리언 웰즈의 죄』에서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투르누스의 기습이라기보다는 내가 장난으로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죽어버렸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억누른 죄책감. 그 죄책감은 세월이 씻어주기도 하지만 평생을 안고 가는 사람도 있게 마련. 선과 악은 그 차이에서 오는 것이겠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지만 영화의 시나리오치곤 깊이 공감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들이 많았다. 그래서 좋았다. 대중적인 마무리를 하자면, 그래 그 할머니가 마리솔이었거나(그렇다면 그 나무 목걸이는 어떻게 된 거지?) 마리솔이 진짜로 악명높은 악인이었어야 했다., 한데 이야기의 주제는 '장난'이었으니까.... 그렇게 끝날 수는 없었겠지. 아무튼, 간만에 흥미롭게 몰입하여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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