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는 달 - 권대웅 달詩산문집
권대웅 지음 / 김영사on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예쁜 책이 한 권 나왔다. 

권대웅 시인의 산문집.  『당신이 사는 달』

 

폐북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봤을 지도 모를 "달詩", 직접 그리고, 직접 지은 시를 올려 페친(!)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산문집을 엮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이었다. 하늘빛(민트인가?)표지가 어찌나 예쁜지, 보는 순간! 이 책은 친구들에게 선물을 해야 하는 책이로구나, 했다. 제목 아래에 이런 글이 적혀 있다. "당신과 살던 집에 가고 싶었지요. 둥근 달 속에 있는, 저녁이면 둥근 종소리가 별들의 슬픔을 어루만져주던 집" 시인의 감성이 느껴지는 글이라고..! 

 

하늘색 표지를 벗기니 하얀 바탕의 표지가 보인다. 이 자체로도 참 예쁘더라는. 그다음장을 넘기면 서문을 대신하여 쓴 시가 보이는데 이런 글이다.

 

당신이 보고 싶어지는 이유

_서문을 대신하여

 

강물이 밤중에도 흘러가는 것은

바닷물이 쉬임 없이 밀려오는 것은

달빛이 그들을 밀고 있기 때문이다

붉은가슴도요새가

수만 킬로의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꿈틀거리던 애벌레가

나비로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은

달빛이 그들을 들어 올려주기 때문이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은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데

빈 그네가 움직이고 있는 것은

꽃이 지는데

와락 당신이 보고 싶은 것은

달빛이 우리를 밀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봄

권대웅

 

시인들은 어쩌면 서문도 시처럼 척척 잘 쓰는지^^;
 

산문집이라서 달詩와 달詩 사이에 산문이 들어 있다. 글이 참, 참하다! 밑줄 긋고 싶은 예쁜 글들도 많고 일상적인 것,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 등등 다양한 산문들이 들어 있다. 그리고 그 산문 사이사이에는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들이 들어 있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시인이 여러 나라를 돌며 찍은 사진들. 간혹, 시인이 만드는 책의 표지로도 쓰이는 그런 사진들이라고나 할까.

 

 

 

봄날에 올리면 딱 좋을 예쁜 시. 같은 엽서가 있기에 찍어봤다.

 

꽃 속의 달

 

꽃 속에서 달이 피어나고 있다

고요한 하늘연못

누가 놓은 손일까

아득히 먼 밤의 바다와 구름 너머

파랗게 아프고 빛났던 저 생

까무룩 잊고

배가 들어오듯이

꽃 속에서 둥근 달이 태어나고 있다

저곳과 이곳이 끊어지는 순간

저곳 속 이곳이 연결되는 순간

꽃의 둥근 만다라(曼陀羅) 속으로

나비들이 날아오르고 있다

   

또, 달詩와 산문과 사진과 그 사이에 이런 게 들어 있다. "책 속의 달詩 展" 말 그대로 달詩들만 모았다. 이런 편집, 참 맘에 든다. 여러 작품이 책속에서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참, 혹시 궁금한 분들에게 진품(!)을 볼 기회가 있다. 『당신이 사는 달』을 펴내고 "달詩 시화전"을 한다는 소식을 페북에서 봤다.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직접 가서 보고, 책도 구입하고, 예쁜 사인도 받으시길!

 

4월 4일~6일 인사동 시작갤러리에서 '달동네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기부 시화전'이라고 한다. 판매 수익금 전액은 달동네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쓴다고 하니, 좋은 일도 하고, 예쁜 그림도 사고..

 

그리고 뒷표지!! 뒷표지도 어쩜 이렇게 이쁜지. 꽃이 들어가면 다 이쁜가, 싶지만 그것은 아니겠지? 표4의 글엔 <작가의 말>이 적혀 있다.

 

눈물이 날 만큼 행복한 시간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픈 시간도 어느새 지나 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상 어느 것도 아주 사라지는 법은 없어서, 먼 허공의기억 같은 곳에 머물던 그 순간들이 메아리가 되어 문득문득 말을 걸어오곤 한다. 아버지, 어머니, 선생님, 벗들, 아끼는 사람들과 사랑하고 편들고 때로 토닥거리고 미워하고 다시 껴안고 깔깔거리며 웃던 그 날들이….

그렇게 이어지는 수많은 지금 이 순간들이 지나가면 언젠가 우리는, 우리의 삶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한여름의 눈사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존재….

그래서일 게다. 지금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당신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당신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_작가의 말에서 

 

이상, 꽃피는 봄날에 읽은 『당신이 사는 달』의 예쁜 시와 그림에 관한 짧은 감상문. 

이 봄날에 친구에게 선물하면 정말 좋아할 것 같은 그런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