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전.부 시리즈~!!
사실 이런 시리즈가 있다는 것조차도 몰랐는데
모 카페에서 잊을만 하면 올라오는 질문 중에 하나가 "고전부 시리즈는 언제 나오나요?" 였다.
처음엔 그냥 그런 책이 있나보다 했는데 어찌나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나중엔 답변을 외울 정도였다며(-.-)
그러다 마침내, 나온 고전부 시리즈 1, 2 <빙과>와 <바보의 엔드크레디트>
책을 보고도 이게 그렇게나 재미있단 말이야?? 왜?? 했는데
재미는 둘째치고 표지며 일러스트며, 띠지나 겉으로 보이는 책의 디자인도 예쁜데
책을 펼치니 처음으로 보이는 속지의 디자인도 장난아니게 예뻐더란 말.
집에 두 권을 나란히 꽂아두고(읽는 것은 나중이고 꽂으니 예뻐!) 흐뭇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레슨 받으러 서울온 조카가 내 책꽂이에 꽂힌 고전부 시리즈를 보더니,
"어, 나 이 책 알아!" 하더라는 것.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세계는 마치 전문가(!)처럼 알고 있는 조카에게서 들으니
고전부의 애니메이션이 엄청나게 인기가 좋다고 한다. 조카는 그 정도는 아닌데
친구들을 보면 그냥 푹, 빠져 있다고. 그래서 이번에 친구 생일에 이 책을 선물할 예정이라며!
왜 그렇게들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조카의 말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주인공(!)이 잘 생겼다고 ㅋ
아놔~ 하긴 잘 생긴 것이 중요하긴 하지..
암튼 그래서 책을 다 읽으면 조카에게 책을 주려고 했는데,
세 번째 책이 나온 거다. <쿠드랴프카의 차례>
한데, 이 책도 예뻤다!!!@@
세 권을 나란히 꽂아놓으니까, 더더 예뻐서 조카에겐,
"너는 사서 봐라, 고모는 예쁜 게 좋아서 잘 꽂아두어야겠다."고 애같은 소릴 했다나(-.-)
그러다 지난 주말, 꽂아놓기만 하면 의미가 없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인기가 좋은지 확인을...
<빙과>를 읽었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한번도 못 본 애니메이션이 머릿속에 그려졌다(일본 만화는 뭐, 비슷비슷하니까)
어제 오래된 친구를 만났다. 그가 기억하는 것과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일들이 달랐다.
그렇듯 우리 어린 시절의 기억은 각기 다를 것이다.
같은 일을 두고 누구에겐 장밋빛이기도 할 테고,
또 다른 누구에겐 상처의 기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며 서로의 생각을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 대화를 나누는 일은
이미 지나가버린 일이었기에 스스럼없이, 떠올릴 수도 있는 듯.
주말에 읽은 <빙과>가 떠올랐던 것은 당연.
사실 <빙과>의 내용은 단순하다.
삼십년 전에 사건이 하나 터졌고 그 사건을 파헤친다.
경로는 살인도 폭력도 아니고
고전부라는 고등학교 동아리의 '문집'을 통해서다.
추리적 요소가 들어가 있되 폭력적이지 않다.
텍스트를 통해 현재와 삼십년 전을 오고가며 미스터리를 푼다.
비현실적이지 않고 우리의 과거 혹은 지금 아이들에게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또한 내용이나 편집에 있어서
라이트노벨류의 책인지라 어렵지 않고 가볍다.
같이 생각할 거리도 던져준다.
그리고 마침내 그 비밀이 풀어졌을 때의 쾌감. 짜릿함.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그런 것 때문인 것 같다.
애니메이션의 남주인공이 잘생겼다거나 만화로 먼저 나와서라기보다는.
덧붙이자면 밑줄을 그을 만한 좋은 문장들도 많다.
가볍지만 생각을 던져준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휙, 던져버리고 말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꼽씹으며 나중에 다시 꺼내읽을 만한 책이라는 것.
다들 왜 고전부를 그리 찾는지 읽고 나니 알겠더라는 사실.
어쨌든 책을 다 읽고 나니 애니메이션이 궁금해졌다.
해서 연휴에 조카에게 고전부 시리즈를 다 보여달라고 할 생각이다.
_"그게 좋겠어. 뭐든 일단 해 보고 볼 일이야."
_기억해 내고 싶은 과거가 있다. 즉, 기억해 낼 가치가 있는 과거가 있다는 뜻이다.
_"난 말이야, 호타로. 주위가 어떻든 기본 속성이 장밋빛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