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은 흔히 이야기하는 임기웅변이 아니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버리고 순수하게 그 무대만의 무언가를 조성하는, 까마득히 잊혀진 기법의 이름이 '즉흥'이었다. 특별히 크고 미적인 동작은 없다. 손은 머리 위를 안 넘고 어깨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 대신 걷지 않은 길을 걷는 낯섦과 긴장감 도는 고도의 몰입이 있었다. 오로지 펼쳐지느 선율에 적응하며 끊임없이 흐르는 것이었다. 기록되지 않는 길에 대한 탐닉이었고, 크지 않은 동작에서 나오는 무한한 무늬였다.
(……)
가르치기 위해 춤이 존재하는 오늘, 추기 위한 춤이 존재함을 알린 것이다 동작이 없으면서 춤이 될 수 있는 춤, 존재조차 모르는 춤의 존재가 바로 '즉흥'이었다. 의식적인 노력으로 무의식에 도달해 저절로 움직이는 순간을 조성한 것이었다.
아침에 1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다. 눈 뜨고 한 시간이면 몰입도가 최고!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노름마치』를 잡았다. 매일 아침, 마치 글이 춤추는 기이한 모습을 본다. 그들의 춤을 제대로 본 적도 없는데 아름답다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굽이치며 휘몰아, 꺾이고 여울지는 옥섭이 글' 그의 사무침이 그대로 전달된다. 나도 딴따라(!) 기질이 있는 걸까? 이런 공감이라니!!
"난 저 사람이 좋은데 저 사람도 날 좋아할까? 그랬으면 좋겠다 하던 차에 내가 찾아왔다. 그런 내게서 사랑을 보았다. 그러니까 그날은, 당신도 그랬군요. 이제 나를 가져도 좋습니다. 그리고 나도 당신을 갖습니다. 그동안은 망상병 환자처럼 짝사랑만으로 달려들 순 없었다. 상대를 가질 어떤 자격도 없는 것, 자신의 사랑으로 상대가 불편하면 안되는 것, 그것이 짝사랑의 예의니까. 영재는 우리가 연인이 된 그 설레고 행복했던 첫날을 이렇게 날려버리지 말라고 했다."
청소년 소설만 쓴 김려령 작가의 19금 소설?! 개천에서 용이 된 남자, 신기(!) 다분한 여자, 감초 같은 또 다른 남자. 흥미로운 것은 그들 인물 설정이 작가와 편집자라는 사실!!!! 문단의 뒷담화, 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그건 은희경 쌤의 작품이 갑이었음),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그런 이야기가 나오니 호기심이 당기긴 했음. 그러나 역시 이건 소설! 연애 소설인데.... 휘리릭~~~~넘어가긴 잘 넘어감. 아쉬운 것은 에필로그. 없었어도 좋았을 것을. 그리고 너무 어른처럼(!) 보이려고 했던 성묘사,
그동안 여행했던 도시에 대해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 도시에서 알았고 만났던 남자들이 생각나."
서른번째 여름,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좋아했습니다.
침대 위에서 만났던 남자들의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그러자 이야기 어딘가에 상처투성이로 웅크린 내가 보였습니다.
나는 이제 나를 안아주러 갑니다.
어젯밤에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아, 가볍게 읽어보자며 이 책을 읽었다. "침대 위에서 만났던 남자들의 이야기"라는 조금은 노골적인(!) 문구 때문이기도 했다. 독특. 그동안 여행서를 읽을만큼 읽었지만 기존의 여행서하고 달랐다. 솔직하다고 해야 하나, 대범하다고 해야 하나. 픽션이 아니고 논픽션인데 이렇게까지! 그 바람에 나는 밤을 꼴딱, 새고 말았지만.
"나는 독자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주고 싶다.
기진맥진해버릴 만큼의 강렬한 정서와 인생의 다른 의미를
경험하게 하고 싶다."_정유정
예판하자마자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구매했다. 가끔은 그런 작가가 있는데, 부디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면 좋겠다, 는 생각이 든다. 구입한 책은 친구가 잠시 보겠다고 하더니 다시 준다는 걸 잊고 들고 갔다. 그래서 잠시 보류중. 지금은 『솔로몬의 위증』도 있고 하루키도 있으니 괜찮아.
제목도 무진장 길어서, 외우기 힘들지만 이미 읽은 사람이 말하길, 제목이 내용을 다 말해준다,고 했던 하루키의 책. 하루키를 억수로 좋아해서라기보다는 (『댄스댄스 댄스』까지 좋았다가 『1Q84』를 다시 읽으며 좋아하게 되긴 했지만도), 도대체 이 책이 뭐기에? 라는 조금 고약한 심보로 예판했으나 사인본은 아니었고, 이 책은 첫 날에 선물 공세로 독자들을 줄까지 서게 만들었다는데.. 아, 우리 작가는 왜 그러지 못하는 걸까? 툴툴대다가 부디 누구든 독자 줄 세우는 작가 한 명 나오면 좋겠다, 상상하고~ 그렇다고 내가 나가서 줄 설 일은 만무하지만, 또 모르지.. 애정하는 작가님 책을 줄 세워 팔게 한다면야...
아무튼 책을 받자마자 읽은 감상은, 아직은 괜찮다는 것. 처음 이 세계, 저 세계 할 때는 『1Q84』 가 바로 떠올랐는데, 아직까지 그런 말이 나오기 전의 이야기라서 더는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색채가 없는' 쓰쿠루에 대해선 알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