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참 책 읽는 것이 심드렁합니다. 뭘 읽어도 재미가 없어요. 눈에 확, 들어와서 잡아 읽으면 그땐 참 좋은데 읽고 나면 심드렁해지는 거 있죠. 아마 더워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그런 걸까요? 해서 심드렁해지는 내 마음을 없애줄 책을 골라봤어요. 고르고 나니 은연 중에 장르소설이 많네요. 아마도 스토리가 재미 있고 흥미 있으면 심드렁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인가봐요. 다행이라면 더워지면서 그런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거죠.
미야베 미유키가 돌아왔어요. 자그마치 세 권짜리 묵직한 장편소설을 가지고 말이죠.『모방범』을 읽을 때가 떠올라요. 매 권 그 두꺼운 책이 순식간에 넘어가던 경험. 미야베 미유키에게 빠져들게 했던 작품이었죠. 그런고로 『솔로몬의 위증』은 『모방범』을 뺨칠만큼 흥미 있고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9년의 연재 끝에 완성된 필생의 역작'이라니까 말이죠. 곧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아, 기대가 만발이네요.
요즘은 인기 좋은 작가들은 예판을 많이 하니까, 무슨 책이 나올지 미리 알게 되는데 그 기다림이 너무 지루하기도 해요. 그 작가의 책이 나온 것을 알게 되었들 때 바로 주문하고 바로 받을 수 있다면 더 좋을텐데(물론 바로 읽지 않고 쌓아둘 가능성이 더 많지만도) 그렇지 않고 기다려야 하니까요. 하지만 기다림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니까… 아무튼 미야베 미유키도 예판 구매였으나 바로 구매를 하게 만들더니 이 작가, 정유정의 『28』역시 예판이었지만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구매하게 만들었어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구매욕구을 불러 일으키게 만드는 작가, 많지 않죠? 그래서 무쟈게 기대하고 있는데 저의 기대를 부디 져버리지 마시길!!
또 한 권의 책, 이 책은 장르소설은 아니에요. 한데 읽고 나면 왠지 심드렁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미친 사랑』이에요.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이미 『만·시케모토 소장의 어머니』, 그 이전에 『세설』과 산문집『그늘에 대하여』로 익히 알고 있던 작가였기에 신간이 무척 반가웠어요. 탐미주의 작가라서 그런지 글들이 완전 제 스탈이라며 우겨봅니다. 이 책은 어제 받았으니 곧 읽어볼 예정인데 분명 저의 심드렁을 물리쳐줄 작품이지 싶어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을 말하고 나니 며칠 전에 읽은 또 다른 일본 작가의 작품이 생각났어요. 그러고 보니 다른 책들은 읽고 조금씩 심드렁했으나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군요. 아, 어째서 내가 심드렁을 물리칠 생각으로 장르소설을 고르고 있는지 알겠군요. 바로 이 소설 덕분이었어요. 재미 있게 읽었으니까. 이 작가는 오늘날의 미야베 미유키와 히가시노 게이고를 존재하게 한 작가라고 해요. 그의 작품은 일본 사회파 범죄소설의 시원이라 불리고 있는데, 바로 마쓰모토 세이초의 『모래그릇』이에요. 일본 문학사에서 그는 '불멸'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죠?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엄청나게 열광(!) 하는 작가 중에 한 사람이더군요. 물론 저도 그랬습니다만. 『모래그릇』은 인간이 소외당하는 현실에 대한 우려를 무시하지 않고 작품으로 들려주는 작가예요. 현대의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읽아봐야할 작품이죠.
정유정 작가의 숫자로 된 제목보다 먼저 나온 숫자 제목 『64』도 표지를 보는 순간, 오홋, 궁금하군! 했던 책이었고, 엘릭시르에서 나온 『미소짓는 사람』 그리고 할러 코벤의 『숲』은 작년에 나왔지만 장르소설 좋아하는 친구가 강강추를 하는 책이라서 이럴 때,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저의 심드렁을 없애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이제 그쳤어요. 낼부터 다시 더워진다고 하는데 카페나 도서관에서 독서로 더위를 이겨내는 일, 좀 뭐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한번 해보는 것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