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모처럼 이틀 내내 책을 읽었다. 읽어야 할 책들을 쌓아놓고 눈에 먼저 들어온 책부터 잡았다. 요즘은 세계문학전집류의 책만 읽게 된다. 한번 읽기 시작하니 점점 더 빠져드는 것 같다. 첫 번째로 잡은 책은 포크너다. 윌리엄 포크너! 저작권 보호기간(사망 50주년 후)이 지나 저작권없이 출판할 수 있게 되었다. (헤르만 헤세도 마찬가지.)

 

포크너의 책은 한번도 안 읽어본 줄 알았다. 워낙 세계문학전집에 속하는 작품은 읽지 않은 탓도 있고 미국문학은 이상하게 나와 맞지 않았기에(현대문학은 좀 나은 듯)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발표작들을 보니 읽은 책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감동적으로. 바로 『에밀리에게 장미를』라는 작품이었다. 읽은 후 꽤 감동까지 받았던 그 포크너였다.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두 권의 책이 나왔다. 『곰』과 『소리와 분노』

 

『곰』을 먼저 읽었다. 사냥에 관한 이야기가 초반에 나와 문체는 아름다웠으나 스토리는 지루했다. 아마 내가 여자인데다 곰 사냥 같은, 남성들의 취향에 관심이 없어서이기도 했을 거다. 한데 읽으면서 점점 빠져들었다. 아, 포크너! 그 관심은 4장에 가서 최고조에 다달았다. 그 서사라니! 처음엔 한소년의 성장 소설인 듯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맹렬하고 무자비했을 뿐만 아니라 자율과 자유에 대한 맹렬한 긍지로 인해 또한 무자비했기에” 그대로 숲의 전설이 되어버린 곰, '올드벤'과 소년 아이작의 자연에서의 성장과정. 한데 4장에 들어서면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그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아이작의 가족사와 미국 역사까지 총망라한 이야기는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그리고 5장에서 다시 곰 이야기로 마무리 짓는 책은 고개를 든 순간, 마지막 장을 덮고 있을 정도로 몰입감을 주었다. 『소리와 분노』 읽기 전에 먼저 읽기를 권하고픈 책이라는 말에 공감!(일단은 얇으니까^^;)

 

 

알랭 드 보통이었다. 책을 사면서 도착하면 젤 먼저 읽어야지 했던 책이었다. 제목 때문이라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니다(^^) 궁금했다. 알랭 드 보통의 철학적 해석(!)으로 섹스에 대해 어떻게 설명을 늘어놓을지. 다 읽고 나니 작년에 나왔던 『사랑의 기초: 한 남자』가 떠올랐다. 앞부분에선 전혀 눈치채지 못하다가 부부 이야기가 나오면서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하는 느낌이 들었다나. 알고 보니 그 책이었다. 『사람의 기초: 한 남자』는 소설이었지만 이 책은 에세이, 라고 해야하나, 자기계발서라고 해야하나... 암튼. 너무 비슷하여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알랭 드 보통이니까, 용서가 되더라는(-.-) 

 

 

세 번째로 잡은 책은 체호프의 책이었다. 원래는 『사랑과 욕망의 변주곡』만 읽어볼 예정이었으나 펭귄에서 나온 『사랑에 관하여』 중에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의 번역이 너무 잘 되었다는 칭찬(!)을 어느 기사에서 보고 같이 주문하여 두 권의 책을 나란히 놓고 읽었다. 중복되는 단편만 읽었는데 선입견인지 칭찬 받은 펭귄의 판본이 조금 더 나았다는 생각. 하지만 「사랑에 대하여」는 에디터 판본이 더 나았다. 이 두 권 모두 원서와 대조를 하며 읽은 것은 아니기에 어쩌면 문체의 취향 탓일 수도. 어쨌거나 그런 걸 떠나서 체호프!! 정말 멋지다고. 다시 읽어도, 자꾸 읽어도 단편은 체호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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