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자음과모음》에 연재했던 김연수 장편소설 '희재'가 이름을 바꿔서 나왔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책 속의 문장에서 제목을 따왔다. 연재를 다 따라 읽진 못했다. 저 문장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잘 모르겠는데 누군가 올린 글을 보니 기억이 날듯말듯. 자모계간지를 한번 찾아봐야겠다. 책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 너무 지루하니까.

 

내가 읽은 연재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이것이다. 

 

"그해 여름, 아빠와 오빠와 나, 이렇게 셋이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간 적이 있었다. 백중 가까울 무렵의, 달이 밝은 밤이었다. 태풍이 북상하기 전이어서 바다가 얼마나 고요했는지 모른다. 아마 아빠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흔들리는 뱃전에 서서 시내 쪽을 바라보는데, 그 불빛들이 점점 멀어지면서 정말 아름답게 반짝였다. 흩뿌린 보석 같기도 하고, 은하수 같기도 했다. 불빛이 참 예뻐요, 라고 좋아했더니 아빠는 아름다운 것들은 좀 떨어져서 봐야지 보인다고 말했다. 그 말은 전적으로 맞다. 그때가 우리 가족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걸 이제 알겠으니까. 고통스러운 일을 겪고 고향을 등졌지만, 그때 우리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 광경이 상상이 된다. 달 밝은 밤, 고요한 바다 위의 한 척의 배. 흔들리는 뱃전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불빛. 흔들흔들, 반짝반짝. 진짜 예뻤을 것 같다.(하고 보니 비슷한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난다.)

 

<내 사진은 흐렸지만 반짝이는 불빛은 대략 이런 광경이 아니었을까??^^;;>

 

위 문장에 나오는 가족은 소설 속에서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후 1981년에 광주에서 진남으로 이사를 왔다고 나온다. 그 '고통스러운 일'이란 아마 5.18이 아닐까, 혼자 생각. 왜냐면 지난 번에《원더보이》작가와 만남에서 그가 이런 말을 했었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 1980년의 이야기가 자꾸만 등장하는 이유는 작가가 되고자한 원초적인 사건이기에 모른척하며 살진 않기 위해서라고.

 

아무튼, 연재를 읽으면서도 김연수다운 아름다운 문장들에 혹, 하여 필사 열심히 해두고 있었는데 단행본으로 나올 땐 아마 조금의 교정이 들어갔겠지. 그 어떤 책보다 무진장 기다려지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으나,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애독자인지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만나게 되는 작가의 신간에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 말하고 싶을 뿐.

 

"그러는 사이에 배는 점점 먼 바다로 나갔어. 너무 멀리 나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불안할 정도로. 빛들은 이제 너무나 멀리 있어 한데 엉켜버렸지. 아름다운 것들은 좀 떨어져서 보는 게 맞지만, 너무 떨어지니까 아스라해지더라. 그때 오빠는 이런 말을 했어. 꼭 우리 셋만 따로 떨어져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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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6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readersu 2012-08-16 17:38   좋아요 0 | URL
책 제목 말씀하시는 거죠? 제목 짓느라 무진장 고민했었다는 얘길 살짝 들었어요^^ 아마 스토리도 매우, 맘에 드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