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아프지 말아라 - 행복하냐고 너에게 묻는다
정영 글.사진 / 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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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정영 시인이 책을 펴냈다. 시집도 산문집도 아니다.

"숨결처럼 고요한 스님"들을 만나 담은, 좋은 말씀들이 가득이다.

제목만 보고도 나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행복하냐고' 나'에게 묻는' 것 같고, 아프지 말라고 내게 말을 거는 것 같다.

 

책을 펼치니 정영 시인의 프로필이 이렇게 나온다.

 

(…)

사람의 풍경 속에 발을 들여

밥을 나누고 말을 나누나,

그 또한 꿈속 같은 일이다.

 

하여 산사의 죽비소리에 잠시 깨어 나를 찾으나,

도로 도깨비 장난에 놀아나는 한 마리 도깨비다.

 

스님들 말씀 많이 담더니 그이도 수행자가 다 되었구나!^^

문득, 책 속에 나온 서산대사가 지었다는 시가 떠오른다.

 

주인은 꿈 이야기를 나그네에게 하고

나그네는 꿈 이야기를 주인에게 하네

지금 꿈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

역시 꿈속에 사는 사람인 것을

 

정영 시인의 글은 늘 내 맘을 건드린다.

이상하게 그의 글을 읽을 때면 나도모르게 울컥해지는 마음이 생겼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내 그랬다. 자꾸만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애 먹었다.

처음엔 기분 탓인가보다 했는데 두 번, 세 번 반복이 되었다.

그래서 버스에서는 절대로 읽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이런 글이었다. 다시 읽어보니 좀 어이가 없다.

 

읍내에서 출발한 버스는 몇몇 마을을 지나며 승객들을 다 부려놓았다.

나 홀로 타고 가는 버스는 계곡을 따라 난 비포장 흙길을 터덜터덜 올랐다.

몸이 심하게 덜컹거렸다. 흔들리는 내 존재가

이 울퉁불퉁한 길에 찾아든 것도 인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더니 버스는 종점이라며 험한 산길에 나를 내려놓고 가버린다.

여기서부턴 산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단다.

(여기까지 읽는데 목이 메였다. 왜? 진짜 나도 몰라(-.-))

윤회하며 사는 업 많은 중생에게 종점이 어디 있으랴.

이 고행의 길을 끝없이 가야 하리라.

막 걸음을 떼는데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그러고선 이 문장이 끝나자 눈앞이 흐릿해지면서 코가 시큰해져버려

얼른 창밖을 째려보고 말았다)

 

한참을 멈췄다가 다시 읽었다. 조금 나아졌다. 그러나 다음날 버스 안에서 읽다가 다시 또 울컥!

어제 친구가 '넌 워낙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니까 그게 쌓일까봐 걱정이야' 라고 했는데

내가 혹시 그래서 그런 걸까? 잠시 생각했더랬다. 마치 스님들에게 내 맘을 들킨 것처럼 말이다.

 

한데 스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나 아니라 그 누구라도 울컥, 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것은 없었다.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많은 책에서, 명사들이,

혹은 선생님들이 하던 말씀 들이다.

그럼에도 유독 스님들이 하시면 마음에 와 닿으니 그게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겠다.

 

책에 나오는 많은 스님들의 공통된 말씀은 '지금, 이 순간'과 '내 속에 있다'라는 거다.

지금 행복해 하고 하루에 일생을 사는 것처럼 최선을 다하라는 것과

모든 문제는 제 안에 있기 마련이니 끊임없이 자신을 들여다보라는 말씀.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맞아!

 

작년에 템플스테이를 가서 처음으로 스님과 차를 마시며 이야길 나눈 적이 있었다.

나말고도 템플스테이를 온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었는데

스님이 말을 꺼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들

힘든 일, 고민하는 것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난 이들이 왜 저런 말들을 꺼내나 의아했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다.

몰랐기 때문에 난 그저 그들이 하는 고민과 스님의 좋은 답변과 말씀을

듣고 있었을 뿐이다. 한데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그 시간이 얼마나 좋은 시간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들이 왜 스님께 자신들의 고민을 말하고 힘든 일을 말하는지.

 

그리고 몇 달이 지난 후 다른 곳에서 스님이 만들어주시는 차를 마시며

말씀을 듣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부터 차 방에서 나누는 대화가 좋아졌다.

평소에는 녹차든 뭐든, 커피가 아니면 잘 마시지도 않는데

유독 절에서 스님이 주시는 차만은 끊임없이 마시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맛있었다. 향기롭고 진했다.

 

그리고 스님의 말씀은 하나하나 내 맘 속에 들어와 날 다독거려주었다.

어쩌면 그런 경험을 내 마음이 《누구도 아프지 말아라》를 읽을 때 기억해냈나 보다.

요즘 이런저런 고민과 생각이 많다는 걸. 그래서 울컥, 나도 모르게 위로 받았나 보다.

 

책의 뒷부분엔 다른 많은 스님들의 좋은 말씀을 한 문장씩 담았다.

문장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덕이 되고 위로가 되는 말씀들이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좋은 말들.

 

 

"방 안에 혼자 있다고 해서 나를 보는 눈이 하나도 없나요? 내가 나를 보고 있습니다."_일관 스님

"내가 처한 여건 속에서 내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찾으면서 살아야지요.

내 삶은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 나아가는 것이니까요."_명연 스님

"시작한 일은 끝이 있지만 시작하지 않은 일은 끝이 없어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고 해도

끝내고나면 힘든 기억은 다 사라지고 자신감은 더 커집니다."_주경 스님

"누군가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말한다면, 그건 결실을 빨리 맺으려 했기 때문이겠지요.

무엇을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세월이 가고

세월이 가면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에요."_심산 스님

"노후는 젊은 시절을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요.

내가 지금 열심히 살고 있다면 노후 걱정할 필요 없어요.

현재가 불안한 사람이 노후를 걱정하는 것이지요."_일운 스님

 

 

당분간 《누구도 아프지 말아라》는 나를 위로해주고 다독거려줄 고마운 책이 될 것 같다.

 

 

햇살이 어미처럼 비에 젖은 숲을 보듬어 안는다. 빗물고 햇살도 그저 왔다 가는 것처럼 나 또한 이 산의 품에 왔다 가는 중생이리라. 도량에 앉아 게으름을 피우려니 맑아진 하늘에 큰 새 한 마리 날아가는지 새 그림자가 손 위에서 지나간다. 흔적은 없으나 새 날아간 자리인 것은 분명하다. 그것이 우리가 살다가는 흔적 같은 것이리라. _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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