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심하다 싶을 만큼 아이들의 폭력, 왕따, 자살 기사가 많이 쏟아져나옵니다. 그런 일이 너무 많이 벌어지니까 기사도 나오는 것이겠지만 한편으론 여태 그런 일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한번 기사화 되니까 너도나도 덤벼들어 마치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문제 있는 것처럼 떠들어대니 그것도 못마땅합니다. 물론 도가 지나친 아이들도 있고, 상처 입는 아이들도 생기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런 자극적인 기사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아주는 게 매체의 도리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오늘은 두 권의 따뜻한 책을 소개하려고요. 태어날 때부터 나쁜 아이들은 없잖아요. 누구나 똑같이 천사처럼 착하고 예쁘게 태어나지만 그 아이들이 나쁜 길로 가게 된 것은 누구보다도 어른의 잘못이지 않을까요? 

 

오늘 소개하는 책 속의 두 분은 정말 멋지십니다. 이런 분 밑이라면 잘못된 길을 가려해도 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냐구요. 관심이 있거든요. 그 두분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과 대화를 하려는 어른이거든요. 누군지 한번 만나보실렵니까?

 

 

달려라, 탁샘》, 하필이면 제목에 '달려라'가 들어가는 바람에 정봉주 의원의 책이 떠오르지만 이 책 속의 탁샘도 나름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달리는' 분이다. 부제로 적힌 '아이들의 산골 학교 이야기'가 말해주듯이 탁동철 샘이 들려주는 산골 학교 아이들, 그 아이들을 만나 20여 년 동안 지켜보고 같이 놀면서 써온 일기 가운데 산골과 계곡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동안 여러 동인지에 아이들과 함께 쓴 시도 발표하고 글도 써오셔서 아시는 분은 다 알고 계시는 '귀한' 선생님이라고 한다. 어젯밤에 이 책을 읽다가 세상에, 하는 말이 나왔다. 표지만 봐도 한눈에 '선한' 느낌을 받긴 했는데(아쉽게도 사진이 없다. 그래서 검색해서 찾아봤다. 표지 그림과 똑같이 생긴 아주 잘생기신 분이더군^^) 책을 읽으면서 내내 아, 뭐 이런 분이(-.-)

 

이렇게 나오니 나만 우습게 되었다. 청소를 마치고 아이들이 교문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아 아무리 생각해도 가슴에 응어리가 맺혀 견딜 수 없다. 다시 쫓아 나갔다. 아름이는 가게에서 하드를 사서 먹고 있다.

"최아름, 너 거짓말했어. 너가 정현이를 의심하지 않았다면 아까 가방 뒤진 이야기는 왜 했나?"

아름이가 아무 말 못한다. 유정이는 가겟집 평상에 앉아 있다.

"김유정 너도 거짓말이야. 너는 정현이가 돈을 줬는데도 화를 냈잖아."

"저는 의심하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의심하지 않았는데 수연이가 의심해서 그다음에 의심했어요."

"그럼 돈을 돌려받았을 때 화는 왜 냈니?"

"그건 선생님이 저만 뭐라 그러고 정현이는 야단 안 치니까 그랬죠."

돈을 찾아 준 정현이를 업어 줘야지 야단은 왜 친단 말인다. 나는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을 뒤로하고 학교로 돌아왔다. 이 일의 시작은 정현이에 대한 오해를 풀려는 것이었고 그 오해가 풀려서 마무리를 하는데 뭐가 잘 안 됐다. 분명히 내 잘못이 있을 텐데 모르겠다. 수연이는 참으로 솔직하게 마음으로 정현이에게 사과를 했다. 이런 아이도 있다는 것이 기쁘다.(1998년 9월 17일)

 

아이와 똑같은 정서를 가진 분. 아이와 대화하다가 싸우기도 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버스 정류장까지 가서 따지시고(ㅋㅋ), '내'가 널 때렸으니 너도 '날' 때리라고 하지 않나, 아이들이 청소를 안 한다고 교실을 온통 쓰레기 천지로 만들고선 아이들이 치우니까 일주일동안 청소 안하고 지내려던 계획이 무너졌다고 기분 안 좋아하고. 완전 아이 같으시다. 어찌나 귀여운지(^^) 더구나 탁샘의 일기를 들여다보면 하루종일, 일기를 쓰는 그 순간까지도 아이들 걱정, 아이들 생각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싶은데, 정말 대단하시구나! 절로 그런 말이 나온다.

 

새로 지은 첨단 시설의 학교 장비때문에 아이들을 컴퓨터 오락에 빼앗기고, 교실 문을 떼 내는 바람에 피리도 맘대로 불지 못하는 것에 대해 속상해하는 선생님. 세상에 탁샘 같은 선생님만 계시면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 아이들은 나중에 자라 또 얼마나 그 시절을 그리워할 것인가.

 

 

초등학교에 탁샘이 계시다면 중고등학교엔 고정원 샘이 계신다. 28명의 아이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며 나눈 이야기,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독서 치유. 왕따, 혹은 문제아로 불리는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관심을 가져 결국은 아이들의 마음을 변화시킨 선생님. 그 선생님이 아이들과 소통하고 희망을 전해주는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이젠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라면 웬만큼 다 아는 책일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가 믿는 사람에게 자기를 드러낸다'고 했다. 왕따인데, 문제아로 찍힌 '나'를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주고 오히려 따뜻한 시선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선생님에겐 그 누구도 문제아일 수가 없을 것이다.

 

만약, 자살 한 아이들이나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에게 고정원 샘과 같은 선생님이 있었다면 그 아이들은 좌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왕따를 당하면서도 헤쳐나갈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부모의 이혼, 부모의 폭력, 교사의 폭력, 성폭력, 장애, 탈북 아이라는 편견……. 아이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며 괴로워한다. 그래서 아우성을 친다. 가출하고 불량 서클에 가입하고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 술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꿈을 꾸고 싶고 자신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 치며 아이들은 ‘날 좀 봐요!’, ‘내 얘기 좀 들어줘요!’ 하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학교와 사회가 이 아이들에게 주었던 것은 낙인이었다. ‘문제아.’ 성공하려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라는 공허한 외침만 외쳤을 뿐이다. 당연히 그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따뜻하게 안아 줄 때, 아이들은 놀랍게 변하고, 결국 더 큰 사랑으로 화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톨이로 남겨진 아이들이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친구’ 선생님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꾼다."

 

방송에서는 연일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그리고 아이들을 바르게 인도할 줄 아는 훌륭한 선생님, 좋은 어른들이 많다. 모든 문제의 발단은 어른이다. 세상의 모든 어른들이 탁샘이나 고정원 샘 같은 분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아이들과 소통하는 그런 어른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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