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누가 햄버거를 패스트푸드라고, 허드레 음식이라고, 야근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이라고 모함했던가.  
우리는 왜 몰랐던가.
시대를 관통하며 햄버거는 수없이 진화해왔으며, 누군가 열다섯 살에 만난 햄버거는 기적과 컬쳐쇼크였으며, 여섯 살이거나, 열여섯 살인 우리는 햄버거 앞에서 조금씩 서툴고, 무지한 존재였던 것을! _53쪽 <햄버거에 대한 명상> : 이화정 

본문과는 상관없는 나의 햄버그(!)에 대한 명상 

내가 처음 맛본 햄버그(꼭 이렇게 발음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저 글자를 적을 때면 항상 '거'였는지 '그'였는지 헷갈렸으니까). 암튼, 내가 처음 맛본 햄버그는 엄마가 돼지고기와 양파와 빵가루를 넣고 후추를 뿌려 만든 것이다. 고기 맛보다는 양파 맛이 훨씬 많이 나는 패티였지만 엄마표 패티는 종종 아버지의 술안주가 되기도 했다.  

이 햄버그가 제일 먹고 싶을 때는 이때다.  

여름 해질 무렵, 저녁 먹을 시간이 곧 오지만 배는 살짝 고프고 낮 동안의 더위가 살짝 가실려는 찰나.  

먼저 빵을 노릇노릇하게 굽는다(토스트 기 같은 것은 없었으므로 후라이팬에 구웠다) 노릇하게 구우면 빵이 파삭파삭하다. 그 파삭거리는 빵에 햄버그 패티를 역시 노릇하게 구워 넣는다. 그리고 야채로 양배추를 채썬다. 난 요즘도 양배추 하나는 가늘고 멋지게 채썰 수 있다. 양배추를 굵게 썰어 내 놓는 음식점에 가면 화가 난다. 이걸 하나 제대로 못 썰어??(-.-) 암튼 양배추를 잔뜩 넣어준다. 그리고 동그랗게 오이 썰은 것도 몇 개. 그 위에 케첩과 마요네즈를 뿌린다(그 당시 별다른 소스가 없었다. 이게 최선이었다). 그러고선 얼음을 간다. 얼음과 우유 조금 그 외엔 팥만 넣는다. 그리고 냠냠.(아, 먹고 시포라~) 한 끼 식사로 거뜬하다. 그 포만감과 행복함.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저녁까지 해치웠지만(그땐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나이였으니까) 

내가 늘 먹던 팥빙수와 햄버그는 세상에 둘도 없는 맛이다. 우리 엄마만 만들 수 있었기 때문. 울 엄마가 만든 팥죽은 인근에서 모르면 간첩(진짜!)이라는 소릴 들을 정도로 맛있었다. 서울로 와서는 팥빙수나 팥죽을 잘 안 사먹는다. 왜? 맛이 없다. 팥알맹이가 다 뭉개져, 없는 그런 팥죽 밖에 없기 때문. 그나마 먹는 팥빙수는 밀탑 팥빙수 정도?! 

혹시라도 엄마 안 계실 때 그것들이 그리울까봐 배워두기도 했는데 지금은 또 다 까먹었다. 햄버그의 패티는 요즘 만드는 함박스테이크의 속과 비슷하니 얼추 만들 수 있지만 팥죽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정성은 말도 못한다. 그 정성 몇 번 쏟고 난 뒤, 나는 굶어죽어도 장사꾼은 안 하리라 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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