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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데드 Walking Dead 1~5 세트
로버트 커크먼 지음, 장성주 옮김, 찰리 아들라드 외 그림 / 황금가지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좀비 아포칼립스 소재의 그래픽노블 최초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책이란다. 그래픽노블도 좋아하고 스릴과 약간의 공포도 싫어하진 않지만 좀비는, 그래 좀비는 좀 별로였다. 죽었으면 죽은 거지, 귀신의 모습도 아니고 냄새나고 살 뜯기고 내장 튀어나온 모습으로 다시 살아난 것들이 미친듯이 달려드는 이야기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했으니까. 그래서 읽을까, 말까 망설였는데 마니아 층들이 꽤 있어서 호기심이 일었다. 그들이 왜 이런 이야길 좋아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나.
경찰이었던 릭, 근무 중 총격전을 벌이다 다쳐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가 깨어났을 때 병원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고 밖은 마치 폐허가 된 도시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던 릭은 간신히 집에 도착하고 옆집에 숨어살던 모건 부자를 통해 자신이 혼수상태였을 때 좀비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세상이 이 지경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아내와 아이를 찾아 떠난다.
사실 끔찍할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랐다. 징그러운 좀비들의 모습을 어찌 보나 싶었는데 만화 속 좀비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영상으로 보는 것과 뇌가 없는, 몸뚱이만 살아 움직이는 자들이기에 똑똑한 인간들이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물론 처음엔 당하고 죽고 힘들어하고 끔찍했다. 하지만 누구나 적응을 하기 마련이고 처음엔 헉, 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끔찍한 몰골을 가지고 놀게 된다. 좀비는 그저 그림일 뿐이고 죽은 자들일 뿐이었다. 더구나 뒤로 갈수록 좀비들은 배경화면이 되고 만다. 그들은 아무 짓도 못한다. 자기들과 다른 존재가 옆에 있으면 먹어치우는 것뿐이다. 그러니 그들만 피하면 인간은 두려울 게 없는 거다. 그래서 이 만화는 좀비를 소재로 만든 것이긴 하지만 결국엔 인간의 이야기다. 살아 있는 인간. 하지만 죽은 자들보다 못한 악한 존재들.
도대체 작가는 뭘 보여주기 위해 이런 만화를 그린 걸까?
책 속에서 인간들은 좀비를 피해 다니면서 끊임없이 논쟁을 하고 싸우고 심지어는 죽인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들은 권력을 누리며 지배하고 싶어한다. 그게 안 되면 좀비보다 더한 짓도 서슴치 않는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좀비가 무서운 게 아니라 인간이 훨씬 더 무서운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다. 특히 5권에 나오는 집단의 권력자(!)가 행하는 짓은 끔찍했다. 사람들은 그가 못마땅하면서도 그가 있음으로 해서 안전해지고 질서가 잡힌다는 것에 동의하고 살아간다. 나만 당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랄까. 하지만 그의 본성은 이미 인간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지금의 삶은 재미일 뿐이다. 모두 힘을 합쳐 좀비에게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솔직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6권이 아직 안 나와 내가 못 본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하지만 긴장감과 공포가 적절히 섞여 몰입하게 만들었고 그다음이 궁금해지게 만든다.
이미 미드로 공개가 된 드라마가 있고 10월엔 시즌2가 나온단다. 만화보다는 훨씬 끔찍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만화였기에 봤지. 드라마로는 절대로 못 볼 것 같다. 그리고 끝내 좀비 이야기를 왜 좋아하는지 알아내지 못했다.-.-;;